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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Jan 07. 2021

린다의 소리 생각

린다 시리즈 소리 없이 드러나는 것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몇 해 전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냈다. 이제 막 입학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내기로 하였다. 하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일로 한 학기를 보내고 나니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학기 들어 마음은 급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선생님, 소리가 안 나는 것이 무엇 이예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글쎄, 소리가 안 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서 말해줄래.” 아이는 잠시 후 “소리 생각은 소리가 나지 않아요.” 순간 무엇에 길을 잃고 헤맸던 것인지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선생님은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적은 글을 실었다. 교정에 매화나무 기록, 한글 공부, 교과 공부, 그림일기 등 1년의 기록 하나하나가 또래 아이들에는 공감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잠시 돌아가는 글이었다.      


 책에는 잘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그 시기에만 있는 순수함과 특이성의 글을 엮은 것이다. 사라질 뻔한 글들을 모아 출판하고 학부모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도 가졌다고 한다. 1학년 철학자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록 멋지게 다듬어져 뒤이어 나오는 거창한 설명이 없어도 아이의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생각의 소리에는 소리가 없다는 말이 맞다. 문제는 생각 없는 소리가 티를 낼 때다. 그것도 시끄럽고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로 말이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말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천진한 얼굴로 대견한 생각을 한 아이에게 어른으로 부끄러움이 들었다. 구멍 뚫린 양말에 발가락이 삐져나오듯 생각 없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놀라거나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유가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들의 아름다움으로 화장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인간의 내면은 반드시 그 눈빛과 낯빛과 몸가짐에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같은 말이 아닐까 한다. 소리 생각은 소리가 없이 드러나며 내면의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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