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06. 2017

20대의 그대들에게,

한 명의 30대로부터 보내는 편지

오늘 주위의 몇몇 20대 친구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표현하였고, 그것이 제 마음을 크게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다시 끄적이게 되었네요.





자, 여기 A와 B 두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A는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큰 그림 정도의 목표만 설정하고, 직관을 따라 움직이며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현실에 자신을 밀어넣어 봅니다.


B는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 일 년, 한 주, 하루의 계획을 분할해서 세워 실천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백업 플랜을 만들어놓은 이후에, 즉 하고 싶은 일이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합니다. 이 때도 역시 주어진 기간 내에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해보고 평가하여 이루지 못했을 경우 과감히 포기합니다. 






조금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A와 B는 실제 인물들의 케이스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사람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전 처음에는 A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의 무서움을 모른 채, 무모하게 덤벼든다는 것이지요. 

B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놓고 하고싶은 일에 도전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였죠. 


하지만 문득 집에 돌아오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이라는 정의와 '이상적'이라는 정의조차도 상대적인게 아닐까?


나에게 현실적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이상적인 일이 되고,

나에게 이상적인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A는 사실 제 이야기 입니다. 오늘 한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가 보기에는 제가 B처럼 사는 사람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전혀 아니라고 이야기 했더니 자신이 만났던 실제 B의 사례를 들려주었어요. 저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사례이긴 했지만,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나의 방식(A)을 선택한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방식(B)을 선택한 것'이라구요.



'1년의 계획을 세워서 한 달과 하루의 계획까지 치밀하게 세운다'...


이것은 오히려 저에게는 더 '이상적'인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사회적 성공이나 성취를 이룬 사람이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거죠. 그리고 저는 저같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1년의 계획을 하루 단위까지 쪼개어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실제로 실천하는 일'은 내가 언젠가 죽기전에 해볼 수나 있을까 싶은 이상적인 일입니다. 



'안전한 백업플랜을 만들어 놓고 하고싶은 일에 도전하는 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회사 일을 하면서도 투잡을 뛰고, 혹은 꿈이었던 일을 지속해 나가고, 자기계발을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것이 베스트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게 자신에게 가능하고 맞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맞지 않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인 사람과 그럴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로도 나뉠 수 있겠죠.)

 저같은 사람들은 지금 타고 있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려야만 다른 배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노를 저으면서, 다른 배도 만드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각자의 방법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일례로 제가 다녔던 첫 회사에서는 '노를 저으면서 다른 배를 만들 수가 없는 실로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어서 하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회사는 처음에는 그러했지만 나중에는 '노를 저으면서 다른 배를 만들 수도 있는 환경'이라서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노를 젓는 시간', 즉 내가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이 내 인생의 낭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제 마음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연애든, 일이든. 



그래서 더 지속할 수 없었고, 결국 갈아탈 배를 잡지 않고 다시 뛰어내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배를 타지 않았을 뿐, 개헤엄으로 어떻게 잘 버티고 있는 듯 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A가 될 필요가 없고, 모든 사람이 B가 되야할 필요도 없으며 세상에는 A, B, C, D, ... 수백가지의 갖가지 다른 방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는 A타입의 사람인데 B처럼 살지 못한다고 자신을 책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방법을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내 인생에 입히려고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당신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밤이 더욱 길게 느껴질 것 같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창의적일 수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