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초콜릿을 먹었다

by 노이의 유럽일기

아침에 문득 일어나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무심결에 책상 위에 뜯어져 있던 비스킷 초콜릿으로 손을 뻗어 4조각을 아그작아그작 씹어먹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과일이었다면? 채소였다면? 견과류였다면? 아니면 감자칩이었다면? 그럼 난 오늘 아침 지금 이 순간 비스킷 초콜릿이 아니라 그걸 먹고 있었을 거다. 책상 위에 놓인 초콜릿은 내 인생에서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나의 소유물 그 어디에 초콜릿이 놓여있어도 위화감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깊은 생각 없이 초콜릿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아침에 초콜릿을 먹는 일까지 내 일상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보통은 식후 디저트로 먹지만 오늘 아침은 왠일인지 그냥 손이 갔다. 맛있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침부터 당폭탄을 밀어넣는다는 게 몸을 생각하면 썩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걸 먹기로 결심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그 초콜릿이 내 침대와 딱 붙어있는 책상 위에 먹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즉, 세팅이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공복에 당 섭취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왜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먹은 걸까, 아니 애초에 왜 초콜릿은 저기에 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놓여진 물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이 곳은 나의 방. 그 누구도 개입한 적이 없고 오롯이 내가 고르고 내가 사오고 내가 들여다 놓은 물건들. 예쁜 것도, 지저분한 것도 심지어 쓰레기까지도. 결국 하나하나 모두 ‘내가 들인 것’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바운더리 안에 새 사람을 들이는 일에 신중해 지는 것처럼, 물건도 그러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문득 머리에 꽂혔다. 그리고 오래오래 남았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는 아니다. 미니멀리즘을 처음으로 삶에서 실천해 보았던 2016년 즈음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습관이 태도가 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미니멀리즘의 줄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덕분에 예전처럼 맥시멀리즘으로 살지는 않게 되었다. 그래도 다시 집도, 방도, 내 마음도 무언가로 들어차서 미니멀리즘 하다고는 할 수 없다. 유튜브로, 책으로 가끔 보는 정말 조촐하게 살아가는 그 정도의 미니멀함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태가 마음 편하지는 않다.


좀 더 줄이고 싶고, 좀 더 단순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길어지는 가을의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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