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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ul 16. 2017

나의 20대가 불행했던 이유

'꿈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




'애인이 없으니까 행복하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행복하지 않아'
그리고 나를 그렇게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야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고 있지 않은 시간에 불만족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있지 않은 시간’은 가치가 없는 시간이라고 느끼면서 살아왔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꿈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 아니면

가치 없다고 느끼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꿈을 향해 움직이기 보다는 방황만 할 뿐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환상 같은 행복을 좇으면서,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행복은 무시한 채

두 팔 벌려 불행을 환영해왔던 나의 20대.






시간은 점점 흘러가는데 가치 없는 시간들로 가득한 듯한 내 인생은 당연하게도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일주일의 계획에 자기계발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거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넣었을 때만 내 삶이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가치있는 일들을 하려고 계획을 짜다보면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그 시간을 잡아먹는

하고싶지 않은 공부,

청소,

빨래,

그리고 먹고, 자고, 씻고,

공과금을 내고, 장을 보거나 하는,

지루하고, 새롭지 않고, 하기 싫은 일들이 내 시간을 뺏어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일 - 자기계발, 공부, 계획 - 등은 모두가 그렇듯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일상의 반복적인 일들은 귀찮고 가치 없다고 느껴지니 하기가 싫고,

대신 그 시간들을 내게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 하지만 별로 남는 건 없는 SNS라던가 - 일들로 채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일상의 반복되는 그 시간을 잘 보내는 일이야말로

내가 꿈을 향해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또 내 하루하루를 '지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정말 기본적인 내 일상조차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나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으며,

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스스로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은 적이 있다.






그렇게 예전에는 귀찮게만 느꼈던 모든 일들을

지금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




이불만 잘 펼쳐놓아도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정돈하고,

대단하진 않더라도 가능하면 인스턴트식품보다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 먹는다.

밥을 먹은 뒤엔 가능하면 바로 설거지를 해두고,

주말에는 짬을 내어 집을 쓸고 닦고,

빨래를 하고, 잘 말리고, 정성을 들여 개어 넣는다.

장을 볼 때는 꽃도 한 아름 같이 사서 거실 테이블 위에 꽂아 놓는다.

밤에는 가끔 초를 켜놓고 살아있는 듯한 불꽃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촛불이 주는 아늑함으로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벗어놓는다.





파스타 소스병을 씻어 노란꽃만 꽂아놓아도 이쁘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을 자려고 침대로 돌아갔을 때 잘 정리된 침대는 보는 것만으로 푸근해 보여 벌써 조금 피로가 풀린다.

이제는 인스턴트식품을 먹었을 때와 제대로 요리한 식사를 먹었을 때 몸의 상태가 다른 게 느껴진다.

늘 설거지가 쌓여있고 먼지가 쌓인 걸 보면서 애써 무시해봤자 무의식 중에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지금은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난 후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물론 좀 지루하니까 늘 재밌는 팟캐스트나 음악이 필요하다.

빨래를 갤 때는 미니멀리즘을 접하다가 들었던 '정성 들여 감사한 마음'으로 개는 방법으로 개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개고 나면 옷의 모양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정말 더 깨끗하고 뽀송하게 개어진 기분이 든다.

참 신기했다.

꽃과 초를 집에 들이는 일도 예전에는 괜한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나온 립스틱 하나를 사는 일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날 키운 우리 엄마는 상상도 못했을 내 점심 메뉴




솔직히 나는 천성이 그렇게 깔끔하고 부지런을 떠는 성격은 아닌지라, 이런 생활을 하다가도 풀타임으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한 것을 잘했다고 느끼는 게 바로 이런 변화들이었다.

아직 수입은 적지만, 내 하루의 시간들을 온전하게 내가 이끌고 있다는 이 느낌.

그리고 심지어 그것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어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는 공간, 그리고 나 자신을 가꾸는 일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변화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이 내 삶을 얼마나 더 많이 바꾸어 놓을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처음 샀던 꽃, 지금은 많이 시들었다





내 인생의 행복이 100이라는 레벨에 놓여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면 '더' 행복할 것이고 내가 그것을 바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행복의 수치는 200, 300, 900 어쩌면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지금 없다고 해서 내 행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나는 애인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내 인생의 행복이 100이라는 레벨에 놓여있다고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늘 원하고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된다면 '더' 행복할 것이고 내가 그것을 바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행복의 수치는 지금보다 2배, 3배, 10배 어쩌면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내 행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나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랑'과 '운'의 영역은 내 행복을 좌우하는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고 원망하거나 불행해하지 않기로 정했다.




대신 어떤 사랑과 어떤 행운이 언제 나를 찾아오더라도

나에게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행복한 나로 즐겁게 살기로 했다.






Cover Photo: Naomi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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