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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Nov 02. 2017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요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려고 한다.

아무 말이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그대로 하얀 종이에 옮겨 적는다.

그럴 때면 내 몸이 누군가의 컴퓨터가 된 것 같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뇌에 어떤 말을 입력하고, 

내 손가락은 키보드가 되어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고, 

하얀 종이는 모니터가 되어 어느새 까만 글자들이 휘리릭 휘리릭 하얀 공간을 채워간다.

한 줄, 두 줄, 그리고 어느새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세 페이지. 

세 페이지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니 많이 어렵다. 

그 세 페이지를 채워가는 동안, 쓸 말이 없어질 때 즈음 - 툭하고 던져보는 주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하게 되기까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 까지는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막막했고, 당연하게도 깨달았다고 해서, 결심했다고 해서 내일부터 당장 바뀌는 일도 아니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내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일에 인색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생각을 하다 하다 지쳐 결국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끌고 올뿐이었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사랑받는 일?



아니 아니. 기껏 생각해서 조심스레 꺼내놓은 답은 왠지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인 것만 같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행복을 찾는 일에 대한 집착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는 건 서른이 돼가면서 절절히 깨닫고 있다.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법...? 아... 모르겠다



뭔가 대단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만 같아서 생각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뻥-' 하고 터져버리기 일쑤.

그런데... 그런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우린 그냥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니 -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요. 












글: 노이

커버 사진: Veronika Homch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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