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삐뚤어질거야"

엄지를 등에 태운 제비는 불시착하고 마는데..

by 민보우

제비야, 괜찮아?


엄지를 등에 태운 제비는 숨을 크게 마시고는 더 높이 날았어요.

푸른 바다에 수 놓인 높은 파도와 물고기들이 이제는 반짝이는 별빛처럼 보였어요.

한참을 쉬지 않고 하늘 위를 매끈하게 날아가던 제비는 갑자기 고공 낙하하기 시작했어요.

엄지는 소리를 지르며 깃털을 꽉 붙들었어요. 털썩 땅에 떨어진 제비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야 제비야. 괜찮아?"

엄지는 겁먹은 목소리로 제비를 흔들었어요.

제비는 눈을 감고 겨우 말을 이어갔어요.

"아까 날다가 조금 다친 것 같아요. 지난번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나 봐요."

"어떡해.. 나 때문에 네가 너무 무리한 것 같아."

엄지는 걱정이 되었어요.

주변에 풀을 꺾어다가 제비 날개에 붙여주고 풀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다 제비 입에 넣어 주었어요.

엄지가 제비를 정성껏 돌보았지만 제비의 상처는 더디게 회복되었어요.

"공주님, 제가 지금은 공주님을 태우고 날 수 없을 것 같아요.

근처에 저희 남쪽 집이 있으니까 제가 거기 가서 도와줄 친구들을 데려올게요.

그때까지 꼼짝 말고 이 근처에만 계셔야 해요."

제비는 아픈 날개를 조금씩 써가며 날 준비를 했어요.

"응. 제비야. 내 걱정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다녀와."

엄지는 제비의 날개에 약초를 정성껏 붙여주었어요.


호우주의보


혼자 남은 엄지는 숲을 올려다보았아요.

그동안 제비에게 신경을 쓰느라 어떤 곳에 떨어졌는지도 몰랐거든요.

그곳은 까마득한 나무들이 울창하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공간이었어요.

귀 기울여 보니 지르르, 피르피르, 퓩퓩 다양한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소이기도 했고요.

엄지는 조금 걷다가 나른함이 밀려와 나무 구멍 안에서 잠이 들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앗, 따가워!"

엄지는 번쩍하는 통증으로 눈을 떴어요.

빨간 펑크 머리에 부리부리한 눈으로 엄지를 노려보는 것은 바로 딱따구리였어요.


"무슨 새가 날개가 이리 작담. 내 둥지 뺏으러 왔지!"

딱따구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엄지는 소리를 지르며 나무 구멍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밖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엄지는 갈 곳도 없이 터덜터덜 걸었어요.

문득 엄지는 '코윽스 코윽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던 두꺼비, 따뜻한 분이라 생각했지만 두더지에게 엄지를 넘기려 했던 생쥐를 생각했어요.

엄지는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릿속으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어요.

점점 머릿속을 가득 채운 빗물은 넘쳐 눈으로 흘러내렸어요.

'한 걸음도 못 걷겠어.'

엄지는 주저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어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그동안 밝게 지내던 엄지는 찾아온 먹구름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밝은 엄지가 아니었죠.

'내가 잘 못된 거야.

내가 좀 더 싫은 표정을 했다면 날 함부로 하지 못했을 텐데.

밝게만 지내면 행운이 오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이게 뭐야.

싫은 표정들이 오히려 내 안에 가득 찼잖아.


이젠 나쁜 건 내 마음에서 내보내 버릴 거야.

다른 사람에게 다 줘버릴거야!'

엄지는 마음속에 쌓인 어둠을 털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엄지의 호우주의보는 그렇게 멈췄어요.


푸른 빛깔의 보석


이슬이 반짝이는 아침이 되자 엄지는 조용히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 생긴 엄지의 모습을 본 박새가 말을 걸었어요.

"예쁜 새야, 나랑 같이 벌레 잡으러 갈래?"

엄지는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릿속으로 자기가 아는 가장 심한 말을 찾아냈어요.

"저리 가!"

박새는 아무렇지 않게 다른 쪽으로 총총 걸어갔어요.

'음 이거 효과 좋은데?'

엄지는 스스로 대견해하며 계속 걸어갔어요.

이번에는 조금 더 무서워 보이는 뱀을 만났어요.

뱀은 멀뚱히 엄지를 쳐다보았어요.

엄지는 다시 한번 배에 힘을 주고 말을 뱉었어요.

"꺼져!"

엄지의 마음이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았어요.

뱀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내리고 눈을 감았어요.

'오 역시! 싫은 표정을 지으니 내가 강해진 기분이야.'

엄지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푸른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햇빛에 반짝이는 그 빛은 에메랄드가 떠있는 것 같아 보였죠.

그건 푸른빛을 가진 나비였어요.




'우와, 저 나비에게는 나쁜 말이 안 나오겠는걸.'

엄지는 그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어지럽게 활공하는 모습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어요.

엄지는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에게 옆걸음으로 다가갔어요.

하지만 빈틈없는 그의 모습에 쉽게 말을 붙일 수 없었어요.


한참 동안 빤히 쳐다만 보는 엄지를 나비가 먼저 불렀어요.

"얘야, 이리 와 보렴. "

엄지는 쭈뼛거리며 나비의 옆으로 갔어요.

"내 이름은 모르포란다. 내가 예뻐 보이니?"

"그.. 그렇죠 뭐."

엄지는 일부러 마음을 숨기고 무심한 척하며 대답했어요.

그때 모르포는 펴고 있던 날개를 위로 접었어요.

그러자 영롱하던 나비는 어디 가고 떨어진 낙엽 같은 색의 나비의 모습만 남아있어요.


참고사이트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habong8808&logNo=222077204077&referrerCode=0





"이게 뭐야?"

엄지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실망하고 말았어요.

아름답던 그 모습이 한순간에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하다니 엄지는 갑자기 기분 좋은 꿈을 꾸다 번쩍 깬 기분이었어요.


모르포는 웃으며 말했어요.

"내 날개 윗 빛깔은 파랑인데. 아래 쪽은 나뭇잎 색이란다. 실망했니? "

"네. 아까까진 참 예뻤는데."

엄지는 본심을 숨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나무색 날개가 없었으면 난 벌써 새의 먹이가 되었을 거야. "

모르포는 날개를 살짝 팔랑이며 말했어요.

"저도요. 먹이가 되는 게 싫어서요. 지금 구겨지고 있는 중이에요."

엄지는 미간에 힘을 잔뜩 주며 어깨를 부풀어 보였어요.

"그래. 밝은 모습만 의미 있는 건 아니란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어 보이는 모양과 색이 나를 지켜주지. 나의 푸른빛 날개까지도."

모르포의 말에 엄지는 생각했어요.

'이 색이 날 지켜줘. 볼품없고 찡그리더라도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모습인걸.'

엄지는 마음 속에 있는 검은색을 받아들이자 오히려 어둠이 조금씩 걷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가, 보호색도 지킬 만큼만 써야 한단다. 네 모습이 온통 나무색으로 변해버릴 수 있거든."

(But little baby, Nothing exceeds like excess)

"고마워요, 모르포."

엄지는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답니다.



작가 노트


사람의 보호색, 경계색


보호색은 동식물이 주변 환경의 빛을 닮아서 천적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색을 말해요. 카멜레온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경우를 말하죠. 경계색은 동식물이 주위 색보다 눈에 띄는 색채나 모양을 지닌 것인데, 자신이 위험한 동물이라는 것을 적에게 알려 경계시키는 목적을 가져요. 사람도 보호색과 경계색을 가진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뚝뚝하거나 까칠한 모습을 지닌 사람은 경계색을 가졌을 뿐이라고요.


원작에서 엄지공주는 두꺼비, 풍뎅이, 두더지 등에게 온갖 고초를 겪게 됩니다. 그 속에서도 엄지 공주는 특별한 색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저 상황 속에서 흘러다니기만 하죠. 이번 동화에서는 엄지공주의 구겨진 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삐뚤어진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엄지 공주도 나름대로의 보호색이나 경계색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모르포 나비 [Morpho]


모르포 나비는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에 분포하는 나비로 강 유역 근처의 숲 등지에서 서식해요. '모르포'는 '변한다, 바뀐다'는 뜻으로 나비의 날개색이 푸른빛, 보라 빛 등 각도에 따라 현란하게 바뀌는 현상에서 유래합니다. 모르포 나비의 수컷은 아름다운 푸른빛이 반짝이는 특징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독특한 빛깔은 날개의 위쪽 부분에만 나타나고, 그 반대쪽은 나무 색과 비슷하고 뱀눈 무늬를 가집니다. 마티스의 블루누드라는 연작도 모르포 나비의 푸른 색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입니다.

[출처: 위키 백과]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원작의 엄지공주에서 만난 동물들이 주로 외모적인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비호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면 재창작 동화에서는 반짝이는 모르포 나비를 통해 아름다움과 그 이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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