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는 쏟아지고 우리의 인생은 이어진다. 쓰이지 못한 이야기는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건 회사를 퇴사할 때로 족하다. 할 말은 하고 쓸 이야기는 쓰면서 살아야 한다.
소설 '인생'은 우리의 인생이 '사는 것'이기 보다 '살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시대 속에 개인이 있고, 개인이 모여 시대를 만든다. 이 소설을 읽은 나의 감상은 '살아지는 것'(에 불과한 작은 개인)들의 인생은 보잘것 없을지라도, 기록됨으로써(책에서는 구전됨,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인생은 '살아낸 것'이 되어 더 많은 이야기와 합쳐져 역사와 시대를 구성한다는 역설의 깨달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낸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한 개인의 일정한 반경 내에 사람들이 맞물리고 삶이 맞물리면서 무수히 많은 동심원들이 확장되어 세계가 연결되는 이미지가 소설을 읽은 후 마음 속에 떠올랐다. 이건 상당히 전형적인 연상이다. 한 술 더 떠, 비가올 때 연못에 동심원이 퍼져 나가는 이미지가 떠올랐으니, 내가 받은 정규교육과정이 문제일까.
세상 속 아무나 한 사람 골라서, 그 한 평생의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요약하면 소설 한 편이 뚝딱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의도와 상관없이 교훈이 담긴다. 그것들은 읽는 사람에 의해 발견된다. 그러므로 모든 개별자의 인생은 모든 개별자의 귀감이다. 이야기를 남기고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내와 나는 지지고 볶으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이야기가 없어서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약간의 인생조정 중이랄까. 밤새 화면조정을 하면 아침에는 선명한 방송을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