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브뤼셀에서 총기사고가 있었다. 도이치반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브뤼셀에 왔건만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게 바로 현실이다. 호텔 직원이 어제는 좀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다면서 여긴 안전하다고 안심하란다. 타인의 삶을 빼앗으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부디 이런 혐오 범죄가 또 다른 증오를 불러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거리에서 프랑스어가 들려와 독일을 벗어난 게 실감난다. 독어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간판이나 안내 문구를 보면 독어, 영어, 스페인어 그 어느 중간의 무엇으로 읽고 있다. ‘트’ ‘디히’ ‘궁’ 이런 소릴 듣다가 ‘엉’ ‘헝’ 하는 나라로 온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는 어떻게 들릴까 궁금하다.
어딜 여행하든 항상 그 나라말로 기본적인 인사(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히계세요)를 배워서 말한다. 서툴더라도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에게 조금 더 친절을 베풀고 관대해지지 않는가. 외국어로 말하기는 상대 나라를 존중하는 마음을 사소하지만 간편하게 전할 수 있다. 내 성대와 혀를 통해 외국어를 발음하며 ‘이 발음이 맞나?’ ‘내 말이 잘 전달됐나?’ 반신반의 하고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몇 초가 흐른 뒤 상대에 닿아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준다. 내겐 아무 뜻도 아니고 생소하기까지 한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과정이 늘 신기하다.
저녁엔 벨기에 요리 레스토랑에 왔다. 예약했으나 나중에 보니 후기가 별로 안 좋아서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별로라도 직접 겪어보자는 심정이었다. 서비스는 괜찮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가지 않으면 어떤 지 알 수 없기에 이미 방문한 사람의 후기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부정적인 평이 몇 개 있다하여 지레 겁먹거나 새로운 경험을 얻을 기회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다른 이의 의견은 참고 사항이지 내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
레스토랑에선 옆에 앉은 일본인이 말을 걸어 식사하며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얘길 나눴다. 도쿄에 살고 풍력발전 관련한 일을 하는 일본인 H는 내가 일본의 소도시를 많이 여행하고 일본작가들과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흥미로워했다.
어떤 곳에 가든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고 도시를 좋아할 이유가 생긴다.
10월 18일, 벨기에 브뤼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