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핑크 Jan 21. 2019

딩크부부의 노후준비(2)_대인관계

엄마가 된 친구와도 잘 지내기

딩크부부의 노후준비 (1)편에서 말년에 돈이 넉넉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대부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대인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금전적인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즐겁게 살아가기' 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아이가 없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말년에 찾아와 주는 사람 하나 없이(특히 명절처럼 모두가 공식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홀로 감당해야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원래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엄마가 된다-> 딩크족인 나와 엄마가 된 친구 사이에 접점과 공통 관심사가 사라진다->  모임이 불편해진다-> 관계가 소원해진다-> 점점 친구가 없어진다->배우자마저 먼저 떠나면 혼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낸다(늘 남편보다 내가 먼저 가길 간절히 바란다). 나도 이런 순서를 밟게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나이 30대 후반, 내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 친구 대부분과 친하다. 물론 살다보니 연락이 뜸하다 멀어진 친구들도 있다. 워킹맘에 너무 바쁘고 서로 사는 곳도 멀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전직을 하거나 뭔가를 배우다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 새롭게 생기기도 한다. The life goes on. 흘러가는 삶 속에서 인간관계는 계속 사라지고 또 생겨난다.


처음엔 나 빼고 모두 아이가 있는 친구 모임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물론 '아이' 니까. 출산의 고통 경험기, 육아의 고충, 사교육 문제...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주제로 줄줄이 이어가는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꼈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내가 없으면 더 편하게 이야기 나눌 텐데...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원해진 관계도 물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여전히 엄마가 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낸다. 지금 내 친구들은 백일이 갓 지난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 엄마다. 아이가 갓 태어나 외출이 쉽지 않은 친구를 만날 땐 주로 집으로 놀러간다. 어느 정도 큰 아이가 있는 친구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 보내고 좀 더 자유롭게 만난다.


출산을 코앞에 뒀다거나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거나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시기를 보내는 친구를 만날 땐 나도 열심히 '아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친구가 곧 겪을 출산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도 걱정되고, 친구를 쏙 빼닮은 아이의 탄생은 내게도 큰 관심사다. '반항기'에 접어든 아이 때문에 매일 속이 까맣게 타는 친구를 볼 때면 나도 함께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와 대화할 주제가 정말로 늘 '아이'밖에 없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만큼 많은 시간, 또는 잘 맞는 마음을 쌓아온 친구 사이에 아이 말고도 할 얘기는 많으니까 만나면 여전히 즐겁다. 만약 아이 빼고는 할 얘기가 없다면 그 관계가 정말 건강한 친구 사이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무척 무심한 성격이다. 전화, 카톡, 문자 등 '소셜'네트워크와 관련된 모든 것과 별로 안 친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전혀 안 한다. 당연히 친구들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무심한 나를 "쟨 원래 저렇구나" 하면서 이해해주고 항상 먼저 연락해주는 '진짜 내 사람' 들만 주변에 남게 되었다(많지 않다).


처음엔 그런 친구들의 배려와 이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하고 내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에, 말도 못하게 고마운 사람들었잖아!" 라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다. 대인관계를 위해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대인관계를 위한 노력이란 어장관리처럼 내가 외롭지 않게 이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옆에 있어준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고 고맙게 여긴다는 뜻이다. 무심하다는 성격을 핑계삼지 않고 내가 먼저 안부를 물으며 보고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친구와 따뜻한 차 한잔.



아무래도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과 달리 노인이 되면 활동 반경의 폭이 좁아질것이다. 그때도 꾸준히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편과 봉사나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엄청난 스피드나 근력이 필요하지 않아서 노인들이 많이 한다는 게이트볼도 해볼까. 그것도 건강이 뒷받침되야 가능한 계획이니 노후준비로서의 건강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한편, 내 주변에 나처럼 아이 없는 친구도 있다. 결혼한지 10년 된 친구는 딩크족은 아니고 아이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지금도 노력중이다. 남편들끼리도 친하고 집도 가까워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 치킨을 사들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거실에 이불을 깔고 영화를 보며 뒹굴거린다. 새로 생긴 카페나 맛집이 있으면 같이 가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처럼 조금 떠들썩한 분위기가 필요할 땐 함께 파티를 하고 여행을 간다.

친구 부부와 함께 했던 대만 여행


그 친구도 계속 노력중이지만 만약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를 대비해 노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만약 우리 둘다 계속 아이가 없다면 노후에 좀 한적한 곳을 터 삼아 집 두개 짓고 가까이 살면서 의지하자는 계획도 나왔다. 아무리 가까워도 독립적인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우리 부부가 나중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반대로 그 친구가 노력 끝에 결실을 맺고 엄마가 된다면 누구보다 내가 먼저, 진심을 다해 축하해 줄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늙어서 같이 살자는 계획엔 차질이 생기겠지만 변함없이 긴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일 것이다. 지금보다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이전 08화 딩크부부의 노후준비(1)_금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