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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핑크 Feb 18. 2019

딩크 부부의 노후준비(3)_적응

격변의 시대 따라잡기

얼마 전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중국 친구의 강추로 '틱톡'이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했다. 각종 특수효과를 이용해 15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단다. 나는 유튜브도 아직 낯선데...


어플을 열자마자 10대 여자아이의 발랄한 댄스가 담긴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응? 내가 방금 뭘 본거지. 다시 돌려봤다. 15초의 짧은 시간 동안 귀여운 여자애의 넘치는 끼는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아직 기-승-전-결의 흐름에 따라 느껴지는 감동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동영상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알아채기도 전에 영상이 끝나버렸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짧은 영상을 통해 즉각적인 즐거움을 얻고 또 소비한다고 한다. 이게 뭐지? 무슨 의미야? 하면서 틱톡의 같은 동영상을 몇 번씩이나 돌려보는 내 모습에서 옛날 독수리 타법으로 띄엄띄엄 스마트폰 키패드를 누르고 어색하게 화면을 터치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땐 이게 대체 뭐가 어려워? 하며 부모님을 참 답답하게 생각했다.(지금은 나보다 더 능숙하게 사용하시지만)


아, 나도 어느새 나이를 먹었구나. 나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많은 애플리케이션에 의지해 삶을 나름 편하게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버전의 트렌드가 끊임없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었구나.

지난 주말 우리 부부의 밤 나들이 장소는 24시간 커피전문점.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터넷 뱅킹은 있지만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 공인인증서 등록이나 갱신까지 모두 남편이 알아서 처리해줬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은행계좌까지 만드는 세상이라며 남편은 모바일 지문 인증으로 30초 만에 계좌이체를 하는데 난 아직도 10년째 쓰고 있는 은행 보안카드가 편했다.


내가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기술이 복잡하다고 귀찮아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지금 당장은 문제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차표 인터넷 예매, 홈택스 민원발급, 맥도널드의 키오스크 무인 계산대 등등이 노인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뉴스를 봤다. 그로 인해 노인 인구의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도.  


얼마 전 시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사드렸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만져본 적도 없는 시부모님은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셨다. 그래서 나와 남편이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서 카카오톡도 깔고, 문자 사용법과 포털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정보 찾는 방법도 하나씩 알려드렸다. 아직 어렵고 어색해서 스마트폰의 기능을 극소수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적응해 나가시는 중이다. 어제는 시어머님과 카톡도 주고받았는데 정말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딩크족인 우리는 각종 신문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이 되었을 때 옆에서 살갑게 하나하나 알려주다가 만약 끝내 적응하지 못하더라도 복잡한 일을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가적인 복지 차원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사람은 있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최저한으로 보장되는 삶이 아니다. 잘 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우리가 노인이 되어서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꼭 해야 할 과제다.


오늘 당장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부터 다운로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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