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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핑크 Jan 16. 2019

딩크부부의 노후준비(1)_금전

경제공부를 시작하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차를 마셨다. 나 포함 4명중 셋은 각각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주제는 자연스럽게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아이들 사교육비에서 우리들의 노후 문제로 넘어갔고 아이 영어 유치원만 한달에 150만원이라는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친구1: 너는 둘이 벌어서 온전히 둘만 쓰면 되니까 생활이 훨씬 여유있겠다. 여행도 많이 다닐수있고.
나: 나도 여유없어, 우린 기댈 곳이 우리밖에 없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진짜 잘 해야하거든.
친구2: 요즘 우리 나이에 자식한테 부양받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나도 늙어서 우리 애한테 기대기 싫어.
나: 기대고 싶지 않은 거랑 기댈 사람이 없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야~


100세 시대. 남편과 나는 단둘이서 우리만의 능력으로 앞으로 남은 약 60년의 세월을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60년 전을 떠올리면 격세지감,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그럼 60년 후는 어떨까. 지금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고 무서운 속도로 세상이 변할 것이다. 이 격변의 100세시대를 우린 그냥 생존, 또는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나가고 싶다.


그런 우리에게 노후준비는 단지 연금을 빵빵하게 가입해 놓는 문제가 아니다. 딩크 부부에게 노후 준비란 금전적인 부분은 당연하고 건강, 대인관계, 신기술 따라잡기, 장례 문제, 먼 훗날 한 사람만 남겨졌을 때에 대한 준비, 고독사 대비책까지 좀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부양 문제를 떠나 우리에겐 작은 심부름부터 장례와 유품 정리같은 큰 일까지 편하게 맡기고 기댈 사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 전반에 걸친 노후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설계한 노후대비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금전. 사실 돈이 넉넉하다면 인생 말년에 마주할 걱정의 많은 부분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금융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는 경제지식이라곤 고등학교 사회, 경제 시간에 배운 수요와 공급 곡선 정도. 그것도 사실 가물가물한 기억이다. 주식은 곧 패가망신이라는 편견과 두려움에 쳐다보지도 않았다. 집값은 늘 너무 비싸고 대출은 두려워서 언젠가 지금의 반값 정도로 폭락하면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계산하면 할수록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연금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금리 시대, 점점 떨어질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무조건 저축만 믿는 것도 불안했다. 우리가 대출없이 집을 살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 가진 돈을 지킬 뿐만 아니라 수십년 뒤 미래에도 그 가치를 지키려면 돈을 굴려야 했다. 그래서 경제, 금융, 투자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던 우리가 경제 및 금융지식에 대한 책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고 수시로 '돈'에 대해 토론한다. 안정적인 투자에 대한 원칙을 세운 뒤(분산투자, 장기투자, 여유자금으로 투자)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거래를 시작했다. 

연금은 따로 있지만 매달 일정 금액으로 ETF(Exchange Traded Fund:각종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주식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음)를 활용한 자산배분을 한다부동산도 블로그와 카페,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고 발로 뛰며 공부하다가 얼마 전 괜찮은 입지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그리고 소비를 줄였다.

아무리 수입이 높아도 지출이 많으면 쪼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비도 습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리미리 절약을 생활화했다. 나중에 고정수입이 없을 때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갑자기 소비습관을 바꾸고 욕구를 억제하는 생활을 해야한다면 불행할 것 같았다. 원래의 나는 월급을 받으면 쓸만큼 쓰고 남는 돈을 저축했다. 물론 안 남으면 안했다. 딩크가 되기로 결심한 뒤 생활비로 최소한의 고정 금액을 설정하고 그 외에는 쓰지 않는다. 절약하는 소비습관을 들였고 돈 안쓰고도 즐거운 활동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을 불안 때문에 어쩔수없이 억지로 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딩크족이라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매일매일 게임하듯 즐겁게 할 수 있다.


즐거운 노후를 위한 우리 부부의 생존스킬은 오늘도 레벨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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