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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핑크 Jan 14. 2019

내향인 부부의 선택

딩크 부부가 된 이유

나는 전형적인 내향인으로 조용한 곳과 휴식을 좋아하고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쉽게 피로해진다.  약속이 있어 일주일에 이틀 외출 하면 최소 삼일은 집에서 쉬어야 에너지를 회복하고 나 혼자만의 시간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남편은 나보다 더한 내향인이라 주말에 보통 하루종일 집에서 책과 영화를 보거나 집 근처 카페, 맛집, 공원을 산책하며 바람을 쐬는 정도다. 집을 좋아하는 집돌이 집순이라 우리에겐 집이라는 공간이 무척 소중하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집은 조용하고 안락하며 편안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이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공간은 아이가 태어나면 유지될 수 없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아아이가 주는 웃음이 우리의 공간을 채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쁜 일상에서 돌아와, 또는 아무일도 없는 휴일, 걱정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으로서의 집에 필요한 것은 역시 조용함이다.  내향인인 우리 부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에게 '지금 우리집'과 같은 공간이 없다면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삭막해질 것이다. 조용히 혼자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이어갈 마음의 여유는 훨씬 부족할 것이다.


완전 미니멀리스트인 남편과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나. 그래서 집엔 물건이 많지 않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체로 잘 정돈되어 있다. 물건이 많지 않아 청소하기 쉽다. 그래서 역시 거의 대체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아이가 생기면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물건이 늘어나고 청소할 시간과 체력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행복인 조용한 집에서 아무 방해없이 서로 딱 붙어앉아 좋아하는 책을 보고 관심있는 영화를 밤새 같이 보면서 쉴새없이 떠드는 시간은 당분간 거의 갖지 못할 것이다. 그 당분간이 1년이 될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혹은 영원히 다시 갖지 못할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남편과 조용히 책과 차를 즐기는 시간


가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은 그것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만큼 큰데  고작 그런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그 누구와도 같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런 우리에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확실한건 아이를 낳는 것과 아닌 것, 우리에게 뭐가 더 행복할지 두 가지의 삶을 모두 살아본 뒤 비교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이 길에 집중하고 싶다. 가보지 않은 길에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온 갈림길 구간을 아쉬워하지 않고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우리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되도록 매 순간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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