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나온 도비는 자유로울까? [아루쿠마]

2020. 08. 06

by 잠긴 생각들

너의 지난 글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읽어봤는데, 장마가 곧 그칠 것 같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장마는 계속되고 있어. 나도 내 퇴사와 동시에 장마가 완전히 그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중부지역에 특히나 장마가 세게 오면서 2020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지. 심지어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엔 이번 토요일에도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던데, 우리 무사히 만나서 여담 회의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저번 주에 글을 쓰지 못해서 미안해. 실은 나 퇴사하면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던 기대와는 다르게 왜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지 모르겠어. 이번 주도 벌써 목요일이라니, 내가 그만둔 지 일주일이나 다 되었다니 진짜 놀라울 따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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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관두고 나서 남자 친구도 바로 이틀의 휴가가 생겨서 함께 당일치기로 여수를 다녀왔었어. 오랜만에 차를 타고 멀리 나가 바깥공기를 쐬었더니 그 사실만으로도 어찌나 행복하던지... 마침 그날은 비도 내리지 않았거든. 잠깐 들른 휴게소에서 사 먹은 감자(이게 뭐라고)와 여수의 성심당과 같은 클래스의 간장게장 전문 식당에서의 식사가 아직도 여운이 남아. 해변에 앉아 에어팟을 나눠 끼고 노래를 듣는데, 니스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 남자 친구와 나만이 기억하는 그때의 추억을 나누기도 했고.

여수에서 보낸 하루가 지나가고 나니 급격히 피로가 몰려오더라. 마치 이제까지 힘을 꽉 주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몸이 드디어 긴장에서 벗어난 듯 미친 듯이 잠에 빠져들었어. 새벽에 한두 시간 잠깐 깼던 걸 제외하고는 저녁 6시쯤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잤어. 무려 내가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홀린 듯이 잘 수 있었는지 나조차도 신기해. 반나절을 자고 일어나서 드디어 함께 토익 스터디를 하기로 한 파이를 만났어. 시간에 쫓기며 수강신청을 하고, 급하게 준비해서 만나기로 한 카페로 향했어. 둘 다 첫 만남부터 삼십 분가량 늦어버렸지만 하하. 앞으로 공부할 교재, 하루치 공부 분량, 심지어 지각, 결석, 숙제 벌금까지 정해놓았어. 퇴사하고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다음 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약속이 꽉 차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스터디는 출근하던 시간과 똑같은 오전에 하기로 해서 비교적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오랜만에 마주하는 영어라서 설렘 반 두려움 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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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왜 약속은 없을 때는 너무 없어서 사람을 그렇게 심심하고 외롭게 하다가, 또 늘 한꺼번에 많이 생기는 걸까. 나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참 많은데, 그들을 너무도 만나고 싶고 그 마음이 언제나 진심인데, 다만 요즘은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어. 각각의 친구들과 여유롭고 행복한 만남을 가지는 나, 혼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나, 남자 친구와 아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나, 그리고 꾸준한 루틴을 묵묵히 지키는 나...

오늘 3일 만에 다시 아침 운동을 했는데, 우리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 몸은 내가 3일이나 루틴을 어겼다는 걸 꾸짖기라도 하듯이 보여주더라. 몸이 얼마나 뻣뻣하고 온몸 군데군데가 부어 있던지. 고작 3일이긴 해도 퇴사하자마자 이렇게 매일 지켜오던 루틴을 어겼다는 게 조금은 두려워. 수면 패턴까지 흔들린 데다 갑자기 집순이인 나에게 지나칠 정도의 약속이 생겨나고, 하필 이 시기에 이어지는 장마 때문에 무기력이 나를 덮칠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나름 오늘은 운동도, 공부도, 그리고 이 교환일기도 저녁 약속을 다녀왔음에도 미루지 않고 잘 해냈으니 우선은 나를 칭찬해 주면서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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