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11
드디어 카페 아르바이트에서 벗어난 너······ 축하해.
일상의 텐션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너는 여전히 바쁨에 붙잡혀 살고 있지. 나한테는 그렇게 보여. 무작정 쉬라고도 할 수 없고 내가 참견할 수도 없지만, 갑자기 몰려든 약속과 플랜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여서 가끔 그런 너를 볼 때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어.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그동안 미뤄뒀던 공부를 얼른 시작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모두 이해하지만, 가끔 벅차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당연히 그것들을 네가 억지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냥 그 속에서 빽빽이 타임 테이블을 짜서 하나하나 해내듯이 하다 보면 네가 지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일뿐이니까, 노파심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줘.
나는 요즘 적당하게 살고 있어. 그렇게 시달렸던 불안과 불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조심조심 줄타기를 하고 있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봐. 이 와중에도 '예전엔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없음에 걱정하고, 갑자기 허전함을 느껴.
언니와의 맥락 없는 대화, 건조하고 서늘한 실내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책, 아루쿠마와 하릴없이 빈둥대던 한가한 오후, 여유롭게 걷던 강변, 어색하기도 하고 친밀하기도 한 사람들과의 시끌벅적한 술자리, 중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만남.
그런 것들과 함께였던 지가 오래됐다는 게 느껴지면, 갑자기 초조해져. 내가 그걸 정말로 원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한데, 그때의 나는 어디 있지? 이렇게 점점 그런 것들과는 멀어지는 건가? 싶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가끔씩, 한두 달에 한 번씩이라도······. 그건 욕심인 걸까? 그래서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들은 꼭꼭 붙잡아두자고 다짐해. 난 언제나 잃고 나서 후회하는 타입의 사람이기 때문에, 후회의 한숨을 쉴 나를 생각하면서 말이야.
불안에서 벗어났더니 이제 다시 불안을 그리워하는 건가? 진짜 어이없음이다.
그래도 요즘 꾸준히 운동을 하고, 적당한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까 내 삶은 참 순조로워. 날씨만 좋았으면 딱이었을 텐데! 도대체 이 장마는 언제까지 사람을 지치게 해야 끝나는 걸까? 장마가 끝나면 햇빛을 받으면서 산책하고 싶다. 그리고 적당한 데에 앉아서 광합성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운동을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싶어.
오늘은 애인의 생일이어서 함께 데이트를 했지.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여기 정말 오랜만이다' '작년 생일에는 뭘 했더라?' 하며 의아해했어. 이제 햇수로 7년을 연애하다 보니까, 몇 번째 생일이나 기념일에 무얼 했는지 헷갈릴 때가 많아. 그래서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하면서 실랑이를 했었어. 근데 이제 그런 게 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함께 보낸 날이 많다는 게 느껴지더라. 작년에 뭘 했는지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지금도 함께 있다는 거지. 그리고 또 내년엔 무얼 함께 할지 계획해보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내년에도 쭉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적어도 아예 사라져 버리지는 말길.
오늘은 그냥 그런 생각들을 했어. 아무튼 너도 오늘 알찬 하루를 보냈겠지. 우리 꼭 토익 시험이든 무슨 시험이든 아니면 앞으로 있을 어떤 과제든지, 스스로를 상처 내지 않고 잘 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