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커피 가격이 천장부지로 솟다
“비상입니다.”
“무슨 일인가?”
“방금 에디오피아 카케 팩토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커피나무가 냉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방금까지 의자에 느슨하게 앉아있던 엑소빈 대표가 벌떡 일어섰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저희와 거래하는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농장의 커피나무가 심각한 냉해를 입어서 현재 출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마이갓!”
대표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커피는 생산 고도에 따라 다양한 향미 특성을 지닌다. 고지대일수록 고품질의 커피가 생산된다. 고도 1500m 이상의 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는 과일, 향신료, 꽃, 베리, 와인의 향미가 나며 고도 1,200m 부근에서는 시트러스, 바닐라, 초콜릿, 너트 향미가 생성된다. 900~1200m 지대에서는 적은 산미와 구수한 향들이 만들어지며, 약 75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적은 산미와 약한 향미 특성을 보인다.
에디오피아는 아라비카종 커피의 원산지이다. 예로부터 에티오피아 야생에서는 커피나무가 수풀처럼 자유롭게 자랐다. 그로 인해 에티오피아는 토착 재래종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는 주로 1,500m의 고지대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때문에 콩의 밀도가 단단하다. 수확된 생두의 모양과 크기는 모두 제각각인데, 이는 여러 가지 품종의 커피나무를 함께 어우러져 키우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향미를 지닌 커피가 탄생한다. 커피 재배의 대표 지역인 예가체프 지역의 커피는 밝은 레몬향과 꽃향기, 가벼운 질감과 균형잡힌 단맛을 나타낸다.
“예가체프 지역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지역도?”
“그게, 어제 아프리카 전역에 서리가 내렸다고 합니다.”
김바리스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리? 세계가 미쳐돌아가는군.”
사실, 조짐은 있었다.
아니, 늘 있어왔다고 하는 게 맞다.
브라질에 급격히 강수량이 늘어 피해를 본적도 있었고, 그 해의 기온이 급격히 올라 수확량이 반토막 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냉해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커피 재배의 적절한 온도는 연간 평균 15~25℃ 정도가 적당하며, 일교차가 19℃ 넘지 않아야 하고, 서리가 내리면 안 된다.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하고,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야 좋다. 연간 강수량은 1,500mm~2,000mm이 최적이다.
아라비카종 커피가 생장하기에 최적의 평균온도는 약 22도이며 온도 허용치는 낮 시간에는 25~30도, 밤 시간대는 15도이다.
아라비카종 커피는 25도 이상에서는 광합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30도를 넘으면 잎의 백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결함이 있는 커피체리가 발생하고, 커피 녹병과 같은 병해를 입는다. 또한 커피나무는 직사광선을 장시간 받으면 잎이 타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커피농장에서는 커피나무의 생장과 일조량 조절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쉐이드 트리를 같이 심기도 한다.
반면, 아라비카종 커피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 온도가 4도 정도로 내려가면 잎과 열매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얼룩덜룩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말라죽게 된다. 또한 온도가 영햐로 떨어지면 커피나무가 냉해를 입어 죽을 수도 있다.
일단은 쟁여둔 원두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원두가 다 소진된다면? 그 후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김대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에디오피아 원두는 엑소빈 커피에서 다루는 전체 원두의 삼십 프로를 차지했다. 에디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원두는 손님들에게 인기 일순위였다. 그 산미 가득한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자연의 신비였다. 과일향을 품고 있는 신선한 원두!
어쩔 거야!
김대표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최대한으로 케냐와 콜롬비아, 과테말라에서 원두를 확보하도록 하게.”
김대표는 이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아마 부르는 게 값이 될 거 같습니다.”
“얼마나?”
“정확히 산출한 후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간을 김대표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냉해 피해로 인해 에디오피아의 원두는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으며 이하 말씀하신 지역에서의 원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두 가격이 삼십프로 오를 것으로 최종 타결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오십프로 증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비서는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아니, 저건 인간이야, 로봇이야!’
김대표는 이 상황에서 흔들림없이 보고하는 이비서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 마음을 애써 눌렀다.
“알겠어. 일단, 임원 회의를 소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