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재앙의 서막
에티오피아의 열두 살 소년 세덴은 문득 생전 느껴보지 못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움막집을 나왔다.
응? 하얀 것? 영롱한?
밖은 희고 영롱한 흰 것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것들은 희뿌옇게 빛을 내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어슴프레한
새벽이었다.
이게 뭐지?
온통 하얀 색이네?
예쁘다.
세덴은 중얼거리며 나무에 얹혀 있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만지자마자 체온 때문인지 그것은 빠르게 물로 변했다.
엄마!
세덴은 곤히 자고 있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셋째 아이가 종일 칭얼대 잠에 든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눈이 닿는 곳마다 희뿌연 것들로 덮여 있었다. 영롱한 빛을 내며.
도대체, 이게 뭐지?
언제인지 모르게 둘째 동생 헤세가 다가왔다.
이게 뭔지 알겠어?
둘은 눈으로 대화했다.
둘은 마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차가움이었다.
신이 노하셨다!
옆집 할머니의 고함이 들려왔다.
세덴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를 몰랐다. 이 예쁜 것들이 신이 노해서 생긴 거라니! 할머니는 원래도 이상한 말을 자주 했다. 엄마는 할머니가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해하라고 했다.
신이 저주를 내렸어!
이 땅에 저주를 내렸어!
할머니의 고함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잠에서 깼다.
그리고 모두 곳곳에 쌓인 하얀 것을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잠에서 덜 깬 채로.
그들 중 대다수는 처음으로 접하는 하얀 것이었다.
그들은 몰랐다.
이것을 서리라고 한다는 것을.
서리란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떨어지는 차갑고 구름이 없는 밤에 형성되며 수증기가 얼음으로 응착된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그저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작고 흰 마을이 서리로 뒤덮인 광경을.
그것이 몰고 올 파국을 아직은 알지 못한 채 인생 처음의 서리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냉해.
생애 처음으로 그들은 냉해를 입었다.
커피나무.
그들의 생계 수단인 커피나무에 사뿐히 올라앉은 서리를 보았을 때, 그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시작되었다.
아니야. 아니야.
신이여. 이 저주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제서야 그들은 이 하얗고 영롱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이해하는 듯했다. 콜록콜록. 갑자기 내려간 온도에 얇은 옷을 입은 아이들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변화가 시작되려고 하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가 불길한 종류의 변화라는 걸 아이들은 어른들의 표정에서 직감했다.
난리 났네.
어쩌자고 이런 일이.
그 불길함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