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자기 계발

6. 미워하지 않기

- 00선생님. 혹시 선생님이 준비한 자료 공유 가능하세요?

원장이 내게 물어왔다.


수업 못한다고 대놓고 면박준 게 두달전.

이제 사태가 역전되었다.


그후로 나는 매일 학원에 일찍 나와서 악착같이 수업 준비를 했고 '이상적인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인정받게 되었다.


두달만에.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내가 찾은 자료를 같이 쓰자고 하는 것이다. 염치도 없이.

창피하지도 않은가.

강사한테 자료를 넘겨달라고 하는 게.


도대체 학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사회 생활은 상급자가 어떤 사람인가가 결정한다는 것을.


상급자가 똥멍청이 같은 곳에서는 밑에 사람은 그저 죽어난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할 때는 간결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말해놓고 아래 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했다가 나중에 자기가 뭘 말했는지 기억도 못하거나 나는 이걸 기대하면서 말한 게 아니다, 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속터지는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호떡 뒤집듯이 말바꾸기가 일상인 사람과 일하려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시하려니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거기에다가 더 최악인 건

직원들의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플러스로

욕심만 많다.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해서 일단 회의 때 뱉어놓고 본다.

자기 말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와 닿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냥 겉으로만 네네네 하고

속으로는 무시한다는 걸 알까.


어떻게 보면 그게 이 곳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료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내 맘대로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학원 스타일로.

짜여진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이다.

원장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좋은 일,

감사한 일에 집중하자.


글을 쓰고 나니

그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그래서 미워하지 않는 게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하나 보다.

미워하는 일에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일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도

하루가 가는 게 아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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