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계약의 불안함

외국 월세 살이

by 아이없는 전업주부

정말 무섭게 물가가 치솟고 있다.

무서운 금리 상승에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코로나 해방으로 인한 수요 폭발

그러나 제자리인 연봉 인상률.

그 속에서 우리 부부는 집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치안이 매우 불안하니까

조금 비싸더라도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를 선택했다.

집주인은 우리 주인님은,

집을 관리하는 집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재력가이시다.

우리 아파트에 주인님 집이 우리 집 말고도 몇 채 더 있는 것 같다.


풀 옵션으로 살고 있어서

가전이나 전등 같은 게 고장 나도

덥석덥석 새것으로 바꿔주시는.

진짜 세입자를 편하게 살게 해 주시는 분이다.


문제는 너무 올라버린 집 값이라는 것.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계약했던 작년보다

요즘 월세 시세가 100% 상승했다는 것을.


이미 어느 주재원은 재계약 시점이 오지 않았지만

집주인의 요청으로 월세를 올려서 내고 있다고도 했다.


주인님은 몰라도, 집사는 이 동네 시세를 잘 아실 테니까

얼마나 더 올리실까,

우리 지금 편하게 살고 있는데

외국에서 이사를 또 할 순 없는데

그런 걱정을 요 며칠간 해왔다.


그 사이 임시거주기간도 끝나가서 이민국도 다녀와야 했고.


한국에서도 집 걱정이 가장 큰 스트레스인데

그걸 말도 안 통하는 해외에서 하자니 참 답이 없었다.

정 안되면 한인 게스트하우스라도 들어가서 살자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또 집을 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마음을 내려? 놓고 집주인님의 의중을 요 며칠 점쳐보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냐고?

월세를 어느 정도 상향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되었다.

합리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닐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다행이다.


이 집에서 일 년은 더 맘 편히 있을 수 있겠구나.


처음에 남편이 이 집을 선택해서 모든 걸 세팅한 후 내가 왔다.

남편도 집을 고를 때 꽤 여러 군데를 둘러보고 골랐다고 하는데

막상 살면서 다른 주재원들 집도 가보니,

우리 집이 좋은 것만은 아니기도.


더 좋은 아파트를 보고는 왜 저기가 아니라,

이 집을 선택했냐고 원망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이 공간이 너무 소중하다.


100%로 안전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동네보다는 깨끗하고

시큐리티가 24시간 지켜주면서 외부인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이 아파트에 다른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살고 있어서인지

영어로 된 안내도 같이 제공된다.


가끔 단수가 발생해도, 아파트 물탱크 덕분에 단수로 인한 걱정이 없고

층고도 30층 이상이라서 아파트 뷰가 어마어마하게 좋다.

사실 이렇게 좋은 뷰의 아파트에 살아본 건 인생 처음일 정도.


이런 호사를 일 년 더 누릴 수 있다니,

그만큼의 돈은 더 지불해야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가 문제겠지.

이 나라로 올 때 집이며 차며 가구, 가전 다 정리하고 왔는데.

여기서 집이며 차를 새로 다 장만했는데

또 차를 이 나라에서 다시 팔고 한국 가서 다시 사고

집을 다시 구하고, 가구, 가전 다시 세팅하고...

휴.


인생이 참 웃긴다.

자취하면서 내 공간이 마련되기 전에

거의 1년에 한 번씩 6년 동안 이사를 5번 했었다.

십만 원 단위로 오르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매년 이사를 선택했다.

(홀홀 단신이기도 했고)

그래서 6년 정도는 짐을 많이 늘리지 않으려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다.

그렇게 살다가, 월세를 끝내고 내 공간을 마련했고

집 마련하느라 돈을 많이 써서 냉장고, 세탁기, 소파, 티비, 에어컨 이런 큰 가구 가전을

하나씩 천천히 구하면서 3년을 있었다. 3년째에 소파와 식탁까지 마련하고

남편과 결혼하면서 차, 티비, 큰 침대 등 집다운 집을 만들었는데

결혼하고 몇 개월 만에 해외파견이 결정된 아이러니.


겨우 안정된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걸 다시 다 정리하고 빈털터리로 한국을 떠났던 거다.

조금만 더 일찍 해외파견 결정되었어도 좋았을 텐데.

다른 건 몰라도 차가 너무 아깝다.


휴.

한국 가면 또 하나씩 장만해서 완전한 살림을 꾸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

생각만 해도 벌써 머리가 지끈.


아니야,

잠시 귀찮겠지만, 주재원으로 온 이 경험은 값진 거야.

미리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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