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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Jul 02. 2022

아가야 잘 크고 있니

언제 낳아서 언제 키우지

입덧이 심해질수록

몸이 너무 힘들고 외국에 있는 게 서러울 때도 있는데

그래도 아이가 뱃속에서 건강하다는 뜻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본다.


10개월 끝이 있다는 게 어쩌면 다행이기도

그러나 아직은 어떻게 낳지? 무섭기도

낳으면 어떻게 키우지 언제 다 키우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도 하다.


아이가 생기니 저절로 오은영 선생님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기고, 모든 부모가 대단해 보이기도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내 삶이 일 순위였던 때도 있었는데

내 일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고,

내 몸을 희생하고 엄마가 되어가고

이 변화들이 낯설고 자신이 없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해내시는 건가요


모성애? 만약 내게 모성애라는 게 있다면

입덧으로 내 생활이 괴롭긴 해도 아이는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 아닐까


운동을 해보겠다고 한낮을 피해 밤에 아파트 수영장으로 나가면

방학시즌을 맞아 십 대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수영 배드를 하나씩 차지하고 파티를 하고 있다.

오늘은 여자애들 둘이서 틱톡 같은 영상을 찍고 있는데

힐끔힐끔 구경하면서 열심히 수영하다가 문득,

저 아이들도 언젠간 엄마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지켜보는 딸이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은

슬플까 대견할까

나는 너무 슬플 것 같다.

지금의 입덧으로 괴로운 걸 그때까지 기억한다면 말이다.


잊겠지 금방 잊혀지겠지.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입덧 약이라도 생겼는데

약을 먹어도 울렁이는 건 어쩔 수 없는터라


오늘 수영장에서 본 그 소녀들이

언젠가 엄마가 되는 때가 올 때쯤엔

과학이 좀 더 발전해서 입덧의 고통이라도

덜어주는 날이 오길


아가야 너는  크고 있지?

그래, 열 달 우리 같이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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