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남이 차려준 거...
입덧을 한다.
입덧의 형태가 다양하다.
저번 주 까진 빈속으로 있으면 너무 울렁거렸다.
뭔가를 먹으면 그래도 괜찮았다.
이번 주부턴 먹는 것도 힘들고 안 먹어도 울렁거리고 먹어도 울렁거린다. 토까진 아직 하지 않았는데 그냥 몸이 너무 힘들다는 기분이다.
뭘 먹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먹어야 하기에...
남이 해준 음식이 너무 그립다.
한식당에서 좀 사서 먹어도 좋으련만
요즘 이곳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한식당이 문을 못 열고 있다.
냄새에 특히 민감해지니 뭔가 서럽다.
남편은 내 속도 모르고 배고프다면서 컵라면이나 봉지라면 끓여먹는데,
라면 냄새가 정말 너무 역하다.
주방에서 나는 냄새 피해서 안방으로 화장실로 도망 다니다가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속도 모르는 남편은 라면 다 먹고는 냄새 폴폴 풍기며 안방으로 들어온다.
(다행히 주방은 치워놨다)
그럼 또 냄새나서 나는 도망 다니기 바쁘다.
라면 냄새 역하다고....
그걸 말해도 참...
먹을게 라면밖에 없으니...
남편은 주말 내내 라면만 먹었다.
한국에라도 있으면 덜 서러웠을까
임산부 브이로그 보면서 배달음식 시켜먹는 거 보면 정말 부럽다.
먹고 싶은 거도 없는데 뭔갈 먹긴 먹어야 하니까
음식을 차려야 하고
근데 역해서 음식을 못 차리겠고..
남편은 먹을 게 없으니 라면만 먹고...
여기도 우버잇츠로 배달해도 되는데
그나마 햄버거, 피자 정도가 다 인 상황이다.
김밥도 먹고 싶고 오므라이스도 먹고 싶고
그런 소소한 거부터
니글거림을 없애줄 시원하고 칼칼한 대구탕이나 지리 같은 거도 먹고 싶은데
사실 막상 눈앞에 있어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순 없다지만 그냥.... 한국이었으면 접근하기 쉬웠겠지
아내를 많이 사랑하면 남편도 같이 입덧한다던데
내 남편은 아닌 거 같다.
잘 먹는다 짜증 나게.
어쩜 저리 끼니마다 배고파하는지
주말 내내 남편 밥 먹을 때마다 도망 다니느라 진을 뺐다.
남편이 날 위해 반찬을 좀 만들어 주었지만
휴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든 건 도저히 못 먹겠다.
한국식 반찬에 빠질 수 없는 양념들이라
남편이야 속상하겠지만 미안해 못 먹겠어.
호르몬의 영향인지 기분도 오락가락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먹긴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그냥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
이런 과정을 200일 넘게 더 견뎌야 한다는 거지..
입덧도 힘든데
육아도 어마어마하게 힘들다는 거지...
휴.
지금 내가 슬픈 건 호르몬 영향일 거야
사실은 행복한 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