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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25. 2021

구독자수 1,000명 기념 브런치 활동 보고서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다고요

브런치 생활을 기념할만한 숫자가 뭐가 있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구독자수 1,000명이었다. 다른 하나는 100편의 글 발행과 100만 조회수. 뭐 그런다고 딱히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나름 브런치를 꾸려가는 데 있어서의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하는 나같이 불성실한 작가에게는 이런 심리적인 보상 이벤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생각해 본 숫자들이었다.


그러다가 어제 구독자 수가 1,000명이라는 알림을 받았다.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편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기에 구독자수가 한 명, 두 명 줄어들던 차였는데. 며칠 전 마을카페 이야기를 올린 후 900명대였던 구독자수가 1,000명으로 늘어났다. 브런치에서의 지난 3년 6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그간의 브런치 생활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1. 엥? 2년간 쓴 글이 겨우 10편이라고?


첫 브런치 글 발행일은 2018년 1월 22일. 이날 브런치 작가 심사를 받기 위해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 3편을 한꺼번에 발행했다. 일정한 텀을 두고 정기적으로 발행했어야 했는데 브알못이라 그냥 한 번에 다 발행해버렸다. 사람들이 읽으러 들어왔다가 글이 한 편 밖에 없으면 너무 없어 보일까 봐 불안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다들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요?ㅎㅎ)


다음 달에 2편을 더 발행했는데,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읽는 사람이 일 평균 5명을 넘지 않았다. 그나마 글을 발행한 날은 열댓 명이 읽었지만, 글을 발행하지 않는 날은 통계 그래프가 1과 2를 오르내렸다. 의욕이 꺾였다. 스스로 기록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브런치였지만, 정작 읽어주는 사람이 없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쏙 사라졌다. 브런치에 정말 정이 안 가던 시기였다. 그렇게 10개월을 방치하다가 연말에서야 두 편을 더 발행했다.


이듬해인 2019년 2월에 두 편을 발행했는데, 또다시 방치하다가 여름에 한 편을 더 썼다. 그러곤 휴대폰의 브런치 앱을 삭제했다. 어쩐지 브런치에 더 이상 글을 쓰게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한 해 동안 달랑 3편의 글을 쓴 게 다인 셈(브런치를 시작한 해부터 만 2년 동안 10편밖에 쓰지 않았으니 어디 가서 브런치 한다고 말도 못 했다.)


이 번에 직접 세 보고 놀람. 뭐야? 2년 동안 겨우 10편 썼어?? 너 브런치 작가 맞냐?  ⓒEBS

 

02. 일일 조회수 200명 달성, 가즈아!!


다시 브런치에 접속한 건 그로부터 7개월 후인 2020년 2월이었다. 손목과 발목 통증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코로나로 외부 활동과 수입까지 끊기면서 우울감이 극에 달하던 때에 에너지가 브런치로 향했다.

 

2월에 작가의 서랍에 들어있던 1편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 2편, 4월에 7편, 5월에 12편, 6월 15편까지 계속 발행하는 글 수가 늘어났다. 6월에는 거의 이틀에 한 편꼴로 글을 발행할 만큼 왕성하게 썼다. 1, 2, 1, 2를 반복하던 하루 조회수가 일 평균 200에 안착한 시기였다. 그러자 일일 조회수 200명과 라이킷 수에 연연하는 중독 증세를 보였다.


조회수가 200 아래로 나올 것 같으면 작가의 서랍에서 미완성된 글을 꺼내 불안과 초조함에 쫓겨 업로드하고, 밤 12시 전까지 200이 되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결국 다음 달인 7월에 브런치 중독 증세를 고백하는 글을 쓰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https://brunch.co.kr/@nolda/61


03. 가장 많은 라이킷을 받은 글


작년 8월, 브런치팀에서 알림이 왔다. 8월에 쓴 몇 편의 글 중 '어쩌다 올 F를 맞았을까?'가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로 소개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월요일 아침에 카카오톡으로 브런치 글이 소개된 후 그동안의 모든 브런치 기록을 깨는 현상이 발생했다.


먼저 조회수가 5만을 찍었다. 그 후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들이 있지만, 당시로선 가장 많은 조회수였다. 브런치 가입자수가 대략 50만 명 정도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글을 읽은 사람의 숫자가 5만 명이니 카톡 메시지를 받은 사람 중 10% 정도가 읽은 셈이다.  


라이킷 371개와 댓글 144개가 달린 건 지금도 다른 글이 깨지 못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에 소개된 후 구독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때 거의 하루 만에 구독자수가 약 500여 이상 증가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 떨리는 하루였다. 댓글 하나하나를 읽고 답을 다는 데만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발이 공중으로 10cm쯤 붕 뜬 듯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매번 좋은 글을 쓸 수도 없는데, 이 글 한 편 보고 구독하신 분들이 나중에 실망하시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고, 구독을 신청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던 (다시는 안 올 것 같은)날.


갑자기 구독자수가 증가하니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다. ⓒEBS


https://brunch.co.kr/@nolda/70 


04.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글


단 한 편의 글이 불러온 구독자 수의 증가로 인한 부담 때문인지 다음 달에는 글을 3편밖에 쓰지 못했다. 그중 한 편인 '넌 돈 천만 원도 없냐?'가 다음 메인에 걸리며 글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전까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보다 3배 이상 많은 18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글이 되었다.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이야기여서였을까. 조회수가 높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게 중에는 글의 주요 맥락과 상관없는 짧은 일화를 두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충고를 남긴 댓글들도 있었다. 오빠에게 가진 마음의 빚을 진짜 빚(채무)으로 해석하고 '왜 돈 갚을 생각을 안 하느냐?'는 투로 쓴 댓글들이었다.


그 일로 인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수록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많아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글을 읽는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별도의 해명글을 올렸었다. 다행히 평소 구독해주시던 다른 구독자분들의 응원과 지지로 위기를 잘 넘겼던 기억이 난다.


https://brunch.co.kr/@nolda/75



05. 왼 손으로만 쓴 글


작년 10월, 낙상으로 오른팔 팔꿈치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6주간 깁스를 해야 했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재활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사고 당시 경험을 잊어버리기 전에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왼 손으로 글을 썼다. 소파에 앉아 쿠션 위에 깁스한 오른팔과 휴대폰을 올려놓고, 왼 손으로 천천히 써 내려갔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검지로 터치하다가 힘들면 중지로 바꾸고, 중지가 힘들면 약지나 검지까지 번갈아가며 천지인 입력방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거의 두 달간 깁스와 재활치료로 오른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서 2020년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글은 쓰지 못했다. 가끔 글이 안 써질 때면 '손가락 한 개로도 썼는데, 열 개 다 멀쩡하면서 왜 글을 못 쓰느냐?'라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https://brunch.co.kr/@nolda/80




팔을 다치고, 글을 손에서 놓은 두 달간은 브런치 대신 당근 마켓에 푹 빠져 지냈다. 올해, 당근 중독 증세를 분석한 세 편의 시리즈물로 다시 브런치 활동을 시작했지만 바쁜 일들이 많아 꾸준히 쓰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브런치 활동을 한 시기는 일주일에 한 편 꼴로 글을 쓰기 시작한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인 5개월이다. 이때  발행한 글이 50편으로 전체 글(75편)의 67%를 차지한다. 100명 이하였던 구독자수가 900명 가까이 늘어난 것도 이때였다. 한 명, 한 명 구독자수가 늘어날 때마다 설레면서도, 읽을거리가 늘어나지 않는 브런치에 실망하실까 봐 걱정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올해는 총 8편의 글밖에 쓰질 못했으니 평균적으로 월 한 편의 글을 발행했다. 성실하게 꾸준히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에 비해 매우 게으른 셈이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지 못하고 경험과 에너지가 좀 쌓이면 글을 쓰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고 변명해본다.)


게다가 다른 일로 글을 쓸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브런치에 더 소홀해진 점도 없지 않다. 연말까지 써야 할 연구보고서와 학위논문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진 탓도 있다. 손목도 여전히 온전치 않아서 무조건 많이 쓰겠다고 욕심을 부릴 수도 없다. 그저 손에서 놓지 않고, 종종 들어와 글을 다듬고 만지며 쓸 수 있는 만큼 쓰려고 한다.  


<3년 6개월 브런치 생활 총 정리>


- 브런치 북 1개 : [그림을 그린다는 것 :11편]

- 매거진 총 7개 : 63편

엄마 수업 : 4편

여행에 귀 기울이는 법 : 13편

이별 후에 알게 되는 것들 : 6편

부자는 아니지만 불행하진 않아 : 4편

브런치와 글쓰기 : 6편

최선의 날들 : 21편

우리도 카페 만들어볼까 : 10편

**글 합계(매거진 무소속 글 포함) => 총 77편


- 전체 조회 수 : 753,390

- 구독자 수 : 1,000

- 전체 공유 수 : 550

- 전체 댓글 수 : 1,310

- 댓글이 0인 글 : 8편(초기 '그림을 그린다는 것' 매거진)


궁금해서 만들어본 엑셀 파일. 브런치가 보여주는 조회수 랭킹이 아니라 댓글 랭킹으로 배열해보면 조회수 랭킹이 저조하던 글들이 5위권 이내로 진입한다.





게으른 브런치인 줄 모르고 구독하셨을 구독자님들께 죄송함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창 글을 열심히 쓰던 시절, 브런치 홈이나 다음 메인에 걸어주어서 더 많은 분들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브런치팀에도 (못 볼 가능성이 높겠지만)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무엇보다 띄엄띄엄 올라오는 부족한 글임에도 방문해주시고,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신 브런치 작가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작가님들 이름이 너무 많네요.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글로 만나며 서로의 일상과 내면을 공유했기 때문이겠죠. 아이,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울컥해지고 말이 길어지네요. 온라인 플랫폼에도 정이란 게 드나 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돈은 안 되는 글쓰기지만, 우리의 일상에 위로와 응원, 공감이 되는 글 많이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브런치에서 계속 뵙길 바라요^-^ 건강한 여름 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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