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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Nov 13. 2022

교직에도 희망이 있나요?

지속 가능한 교직 생활을 위한 인터뷰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들에 대해서 알면서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거친 사람이라면 12년간 학교에서 생활하며 꽤 오랜 시간 교사에게 영향을 받으며 교사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생긴다. 그래서 교사들은 어느 직종의 사람들보다 남들에게 많은 훈수를 듣곤 한다. 내게 교직을 권했던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하면 의례 ‘다른 직장보다 훨씬 편하지. 일찍 마치지, 방학도 있지 않니’라고 하며 나의 어려움을 평가 절하하곤 했다. 처음에는 경력이 쌓이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교직 16년 차가 되는 나는 매해 더 교직이 어렵다고 느껴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늘어나는 교권침해 현상들이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 행위를 제지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교권침해를 당해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수업 중 교단에 누워 ‘폰 충전’… 교권 침해 못 막는 이유’, 한겨레, 2022.8.30.)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교사의 업무가 행정업무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수업에 지장을 줄 만큼 교원에게 주어지는 행정업무가 과중하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이 교원업무‘정상화’를 말하게 된 이유’, 참여와 혁신, 2022. 11. 4.)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박봉도 문제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민원에 24시간 노출되는 담임업무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인데 이에 대한 수당은 월 13만 원이다. 또 다른 기피업무인 부장 업무에 대한 수당 또한 19년째 7만 원이다. (‘기피대상 '담임·부장교사' 수당도 19년째 제자리… 이번엔 오를까’, 뉴스원, 2022. 11. 4.) 매해 우울증에 걸리는 교사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 우울증, 11.9%가 확실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교사 우울증이 가장 높다(15.6%)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교사 중에서 가장 우울한 집단도 시사적이다. 기간제 교사, 고3․중2 담임교사들이다. (‘학습된 무기력이 마음의 병 만든다’, 한국 교육신문, 2020. 12. 04)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세간의 시선과 달리 교사들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추세이다. (‘교단 떠나는 경기 교사 계속 늘어... 일부만 수용’, 뉴시즈, 2022. 8. 22.)



교직의 정년퇴직 나이는 62세이고 나는 정년퇴직까지 23년 남았다. 만약 내가 정년에 퇴직한다면 지금 나는 레이스의 반 정도를 온 셈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앞이 아득하고 힘에 부친다. 나의 교직경력의 두배가 되는 선배들은 교직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교직 경력 31년이 되는 최현숙 선생님(가명, XX 공립 중학교 일반 사회과 교사)과 김보현 선생님(가명, OO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 영어과 교사)을 인터뷰하여 답을 구하고자 하였다.



**아이들에게 ‘아미고(아 미치겠다 고릴라)’라는 별명으로 불려도 ‘허허’ 웃으시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최현숙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현숙 선생님께서는 심리 상담 공부를 오래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들과 상담하고 대화할 때 선생님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최현숙(이하 최): 전교조 여성위원회에서 만난 선배가 소개한 리더십 상담 연수를 듣다가 ‘감수성 훈련’이라는 집단 상담을 매달 1회씩 6년을 다녔어요. 성폭력을 당해서 힘들어하는 학생을 가르치다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집단 상담을 다녔는데 처음 2년간은 매번 내 얘기를 하면서 울었던 것 같아요. 한 2년이 넘어가니까 내 감정이 안정이 되니 다른 사람의 감정이 들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애들이 ‘선생님 수업 재미없어요’ 하면 ‘이 새끼, 무슨 소리 하노?’라는 감정이 예전에 들었다면 상담 이후로는 ‘아, 쟤가 좀 힘들구나’ 하고 그 사람의 마음으로 가는 여유가 생겼어요. 한 4년즘 더 하니 어떤 아이가 이래요. ‘우리 얘기를 참 잘 들으시고 우리 마음을 참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다 사람마다 이유가 있고 감정은 틀린 게 없잖아요.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게 느꼈을 수 있겠다. 그랬겠네’ 하다 보면 아이들도 수긍하고 지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죠.



**김보현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본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학생들을 존중하니 아이들도 자연히 선생님을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쌍방향 소통이 잘 되었던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아아 이들 소통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김보현 선생님(이하 김): 그때 아이들이 참 좋았기도 했고 수업 도입부에 어떤 이야기를 할까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글감을 소개하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선생님은 얼마 전에 SPC사태에 대한 글감으로 수업교재를 만드셨다.) 나는 강압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하고 적절한 선을 지켜요. 전반적으로 아이들하고 잘 지냈던 것 같고 큰 사고가 없었는데, 요즘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요새 꼰대가 된 건가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요즘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는 허용 기준을 많이 넘어서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원격과 등교를 번갈아 하면서 학생들이 확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에 학생들과 벽을 느낀 것 같아요. 학교를 옮기고 아이들이 결석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제겐 문화 충격이었어요. 코로나도 있지만 선택교육과정(고교학점제)이 도입되면서 너무 쉽게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게 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기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교사에 대한 교권침해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변에 우울증 약을 먹고 심리상담을 다니는 교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 올해 학교폭력 전담기구 회의만 20건을 열었습니다. (최현숙 선생님은 현재 학생부 부장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고 관계가 안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오늘도 퇴근이 늦은 이유가 학예제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세 있는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학생이 있어서 그 선생님이 화를 못 참고 ‘이 새끼’라고 했는데 학생이 아동학대로 신고한 거예요. 선생님들이 지치는 게 눈에 보여요. 코로나 이후에 학생부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학교는 문 닫으면 안 되겠다’는 거예요. 지금 중학교 1학년들이 폭주하고 있는데 이유가 초등학교 5~6학년 때 아이들이 대면 수업을 못하면서 관계를 못 맺었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적절한 치료를 못 받은 거예요. 학폭으로 걸린 3명이 검사를 해봤더니 ADHD였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우리가 발굴해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들도 더 많아졌어요. 작년에 아동학대하는 부모에 대한 신고도 4건이나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힘들어졌어요. 우리 학교 영어과 교사 5명 중에 정규교사가 한 명도 없어요. 다 기간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들은 정년퇴직을 희망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교직이 어떤 면에서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 궁금합니다. 또 교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 내가 1991년에 발령이 났는데 상대적으로 그 당시에 보면 교직이 여성이 대우받을 수 있는 직업 중에 하나였어요. 수평적인 곳이라고 생각을 고 국어 교사가 되길 희망했는데 부모님이 영어교육과를 가라고 해서 갔어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인데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아요.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사회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비슷한 동료들을 만나고 영어교사 모임(연구회)에서 사람들 만나니 성격이 좀 조금씩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을 한 것 같아 나한테는 좋았던 것 같아요. 안전한 환경이라고 말했지만, 교직 초반에는 불합리한 일들도 더 많았는데,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이 노력하셔서 바꾼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최: 원래 정년퇴직하려고 했는데 올해 소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라는 곳이 선생님을 위한 상담 교사가 없잖아요. 나는 아이들 얘기도 들어야 하는데 교사 얘기도 들어야 하는 자리라서 더 힘든 것 같아요. 올해 한 선생님이 교장선생님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어서 교장선생님 얘기도 들어줘야 했어요. 사실 교직이 내 적성과 맞지 않아요. MBTI도 INTP여서 맞는 게 별로 없어요. 연수 듣는데 20명 중 거의 다가 ISTJ였고 나만 다른 유형이었어요. 지루한 교직 견디려고 양성평등 연수도 기획하고 아이들하고 캠프도 하고 버텼어요. 시험 철마다 엑셀 처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애들과 캠프했을 때 그 아이들이 아직도 찾아와요. 나는 사춘기 지랄할 때 학생 옆에 있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교직에 오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올해 수업공개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아요. 한 역사과 선생님 수업이었는데, 젊은 선생님이 역사의식이 정말 낮고 자료도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요새 교과서에 역사의식이나 시민의식에 대한 내용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러면 교사가 역사의식, 시민의식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교과서를 재구성해야 해요. 솔직히 너무 실망해서 저런 교사가 있어서 윤석열을 뽑는 사람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어요. 20대 남성들이 윤석열을 찍은 것은 교육의 실패라고 봐요. 계속 공부하지 않고 성장에 대한 욕구가 없는 사람은 교사가 안되었으면 좋겠어요.



**영어 번역기 AI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영어교사가 여전히 학생들에게 영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번역기라는 것도 결국은 기계인데 100% 의지할 수는 없는 존재라는 점을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최근에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 수업 시간에 텍스트로 쓴 적이 있는데 기계 오류가 발생했는데 그것에만 의존했다면 우리가 종속되는 거잖아요. 그게 문제가 생기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내가 그 기술에 대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AI가 발음도 정확하게 대화를 해주고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겠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알고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지금보다 더 번역기가 발전하더라도 학생들이 진짜 주인이 되어 제대로 도구를 쓰려면 영어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 행정 업무를 학교 교사가 하는 것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계속 있어 왔습니다. 교사의 승진제도를 보면 행정업무를 잘 수행하는 사람 위주로 승진됩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올해 인문사회 부장을 하고 있고 좀 여유 있는 편입니다. 내가 업무를 없애고 있거든요. 이전에 많은 다양한 업무를 겪었죠. 초임 때 선배교사들이 일을 배우라고 쉬운 일을 줬었어요. 다양한 일이 주어지면 저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요새 신규한테는 극한(기피) 업무에 너무 바로 맡겨지는 경향이 있어요. 업무는 내 몫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일을 해야 하니까요. 일을 완료하면서 자기만족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교사가 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교무부 업무 중에 전출입 같은 것은 왜 교사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생활지도부 일도 외국에서 보면 상담교사들이 맡고 있는데 교과교사가 함으로써 학생-교사 간 감정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많죠. 왜 계속 행정업무를 교사들에게 시키느냐. 교사들한테 시켜 놓으면 일이 편하게 끝나니까요. 위의 행정가들은 편한 거죠. 부장 수당 같은 것도 교사 노동조합이 원래는 임금 협상을 해야 돼요. 근데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교사들이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죠.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쉽게 임금 협상을 하지를 못하는 거죠. 전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행정 업무를 잘하는 사람의 승진 점수를 잘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수업으로 평가는 어렵고, 수업을 잘하고 행정 업무를 잘 못하는 사람이 관리자가 됐을 때는 막상 학교 운영으로서 봤을 때는 좋지는 않아요. 학교가 행정업무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게 학교 돌아가는 건 편하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교사들이 일하기가 좋거든요. 관리자(교장)가 행정 업무로 판단하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최: 교사에게 수업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 담임, 그다음이 행정업무인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또 전교조에서는 교장을 교사들 사이에서 뽑아야 되고 교장 임기를 채우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와야 진정한 학교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항상 주장해 왔어요. 교장 선출 보직제를 못하고 퇴직해야 하는 것이 너무 서글퍼요. 내가 만약에 글 쓰기를 한다면 이상한 교장 열전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났던 20명이 넘는 이상 교장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이 올해 딱 한 명이었어요. 수업 제쳐놓고 공문 처리 잘하려면 애들한테 애정이 없어야지 승진이 잘 돼요. 애들하고 소통 안 되고 수업 안 되는 사람이 주로 승진해요. 실력도 안 되고 인격도 안 되는 사람 밑에서 명령을 들으면서 갑질 당하면서 30 몇 년 살아온 게 얼마나 비참해요.



**최현숙 선생님은 전교조 여성위원회도 하시고 페미니즘적 관점을 가지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한 여교사가 이러한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최: 나도 좋아요 눌렸을 것 같아요. 여자아이들에게 좋은 직업이라고 하지만 막상 와보면 금전적 보상이 너무 적잖아요. 공부 잘하는 여자아이들이 교사하고 싶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해요. 제대로 된 노동 수당을 못 받아요. 성과급제 없애서 그 돈으로 담임 수당 50만 원을 줘도 할까 말까 하다 생각해요. 반에 30명 가까이 자기 자식을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죠. 담임 수당 올리자고 싸워왔는데 아직까지 이기지도 못하고 하나 바뀐 것도 없이 그만둘 때가 다가오니까 좀 씁쓸하네요.




내 교직 경력 두배 정도 되는 선생님들도 교직이 힘들다고 하는 것을 보니 위안이 생기기도 하면서 내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해져 오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로 교직 생활이 더욱 힘들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인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자기 일을 하면서 또 정당한 요구를 하면서 조금씩 느리지만 바뀔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교사는 내면을 살피면서 또 외부 환경과 적응해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망하더라도 학교는 문을 닫으면 안 되니까’. 교사들은 이런 의미에서 사회에 필요한 존재들이며 멀티플레이(수업-담임-행정) 아티스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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