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불행과 흐릿한 행복 속에서 살아가기

by 놀마드놀


얼마 전에 예전 회사의 동기들을 만났다.

1년 전에 회사를 그만둔 이후, 모임에 나가서 요새 뭐 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마치 통과의례 같다.

아직도 놀고 있다는 나의 말에 동기는 깜짝 놀란다.



"아직도? 벌써 1년 지났잖아?"


"어, 그렇게 됐어. 더 놀려고."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은 정말 답답했다.


나는 아직도 뭘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애매하게 취직하기도 싫었고, 더 솔직히는 들어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게 30대 중후반 물경력 여자백수의 현실이다.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기에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면서 미화된다.

회사에서 겪었던 고통은 잊어버리고 뭔가에 몰입했던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어딘가 에너지를 쏟고 몰두하고 싶은데 아직 그 대상을 찾지 못했다.

무엇이든 일처럼 느껴지면 금방 지쳐버렸다.

아직 흥미가 생기는 걸 못 찾아서인지 덜 쉰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건 월급, 돈이다.

무얼 하나 하더라도 통장잔고를 확인하며 망설이고 고민한다.


퇴사한 지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대로인 내 상태를 보니 앞이 캄캄해지면서 답답해진다.

불안감은 커지고 점점 지쳐간다.









그래서 퇴사한 걸 후회해?라고 묻는다면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 많은 고민 끝에 퇴사했기에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며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아침 7시에 슬쩍 눈을 떴을 때 출근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달콤함이 너무 크다.



어떤 순간에도 100% 완벽한 적은 없었다.

항상 만족과 결핍이 공존했다.

직장인일 때는 퇴사를 꿈꿨고 백수가 되고 나서는 어떻게 밥벌이를 해야 하나 고심한다.

수많은 불행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직장인일 땐 월급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텨나갔던 것처럼

지금의 나에게 가장 확실한 행복인 '내게 허락된 자유'를 바라봐야 한다.


드라마 '안나'의 대사 중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불행은 행복보다 힘이 세고 강력하다. 확실하고 뚜렷하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불확실한 희망을 추구하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인생을 살아가는 힘은, 알 수 없고 보장되지 않는 희망과 행복이 있기에 생겨난다.

여전히 나는 헤매고 있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알 수 없는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듯이 흐릿하지만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으며 의연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태어난 김에 잘살고 싶었어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 ^

새로운 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 _)




이전 18화나를 살려준 어릴 적 친구,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