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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y 14. 2024

결혼 안 하세요? 취업 안 해요?




30대 미혼 백수



현재 내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세 단어이다.


한창 일하고 결혼도 해야 할 30대가 결혼과 취업의 부재를 나타내는 미혼백수 타이틀을 갖고 있으니,

결혼해야지라는 잔소리 폭격과 취업 안 하냐는 질문공격을 받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미혼 백수인게 죄는 아닌데, 친분은커녕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까지 질문공격을 당할 때면

뭐라고 받아쳐야 나의 불쾌감이 잘 전달될까라는 생각으로 한껏 날이 서서 반격을 했었다.



어떤 말에 불쾌함을 느낀다는 건 내 안의 숨겨진 감정이나 불안이 건드려졌기 때문일 수 있다.

무례한 말들 덕분에 나의 솔직한 속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보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취하고 필요 없는 감정소모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무례에 대응하는 가장 속 편한 방법으로 무반응과 무대응을 선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처이자 한정된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어이다.










결혼과 취업은 참 닮은 점이 많다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릴 때부터 확고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결혼 제도로의 무사입성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는 것이었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자도 괜찮겠다 싶었다.

실제로도 누군가가 좋아져서 결혼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지 결혼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난 적은 없다.


직장은 너무 힘들지만 않으면 다녀야겠다는 마음이었고 내가 정한 수위를 넘었기에 백수가 됐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굳이 다시 힘들게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돈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걸 서서히 느끼는 나이가 바로 30대이다.

건강과 돈을 바꾸며 10년 넘게 일했으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지겨울 정도로 원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쉴 생각이다.




결혼과 취업에 대해 생각하면서 전 회사와 전 연인을 떠올려봤다.


인생과 회사생활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크고 작은 고비를 넘는 힘은 내가 함께 하는 사람과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상황 탓인지 식어버린 마음 때문인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인연을 이어갈 힘이 그때의 내게는 없었다.


이별과 퇴사를 경험한 이후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며 정글 같은 삶을 함께 헤쳐 가야 하기에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업을 찾는 것도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놀 거다!!











지각생의 여유



누군가는 늦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늦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상위권에 못 들어갈 거 조급하기까지 하면 한 가지도 갖지 못하고 다 잃는 기분이다.

어차피 늦었다면 서두를 필요 없이 여유라도 갖고 살아야지 싶다.

늦었다는 이유로 급하게 가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고, 조급함이 가져다주는 건 잦은 실수와 괴로움뿐이다.



이럴 땐 내게 약점이라고 생각됐던 미혼 백수 타이틀이 그렇게 속편 할 수가 없다.

미혼 백수는 결핍이 아니라 부담 없는 자유인의 동의어 같기도 하다.





결혼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백수생활이 길어져 느리게 가거나 다른 길을 가더라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이번 버스가 지나가면 다음 버스가 올 것이고 버스가 끊기면 또 다른 방법이 생긴다.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길을 가자고 마음먹고 나니 모든 게 평화로워졌다.


바른길은 그때의 상황에 맞게 내가 마음 편한 선택을 하는 것이며, 그 덕분에 나는 세상 태어나서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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