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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Apr 30. 2024

퇴사 후 +10kg, 최고 몸무게를 찍고

음식으로 몸에 화풀이하는 폭식의 악순환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악순환, 폭식


백수가 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몸이 늘어지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불안증이 시작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지금의 내 모습이 싫어질수록 그 엄청난 괴로움에서 벗어날 도피처가 필요했고 가장 쉽고 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인 폭식으로 위안을 삼는 날들이 늘어갔다.


먹고 싶은 게 떠오르면 그걸 입에 쑤셔 넣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남들 출근해서 일할 시간에 마트와 빵집,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욕심껏 담아와서 미친 사람처럼 먹어치웠다.


터질듯한 배만큼이나 나를 불쾌하고 답답하게 했던 건 이러려고 퇴사했나라는 자괴감이었다.

무력감이 깊을수록 더 강하고 잦은 자극이 필요했기에 먹는 횟수와 양이 점점 늘면서 폭식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최고 몸무게 달성, 10kg이 쪄버렸다


매일 내 머릿속엔 당분을 원하는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혀와 뇌를 자극하는 인위적인 맛에 중독되어 그 달콤한 쾌락을 계속 탐닉했다.

무기력한 나를 이보다 더 강력하고 확실하게 위로해 주는 건 없었다.


그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할수록 반발심이 생기면서 음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다.


잔뜩 사서 배가 터질 때까지 욱여넣었다. 나의 살이 되어버린 빵들.


꾸준함의 힘은 무서웠고 매일 최고 몸무게를 갱신해 나가며 생전 본 적 없는 숫자가 체중계에 찍혔다.

회사 다닐 때보다 10kg이 늘어버린 몸을 보며 자존감은 바닥을 치다 못해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더부룩한 배를 부여잡고 잠을 청할 때면 내일은 또 얼마나 먹어 댈까, 절제가 안 되는 나를 보며 또 얼마나 괴로울까 걱정이 돼서 이대로 세상이 끝났으면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거기에 찌릿한 다리 저림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만 나타나던 생리불순까지 생겨버렸다.


마음과 함께 몸의 대사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게 느껴졌다.






음식으로 몸에 화풀이하는 것을 멈추다


안 되겠다 싶어서 가까운 보건소에서 인바디검사와 혈액검사를 했다.

체지방이 많은 비만이었고 콜레스테롤수치도 높았으며 공복혈당수치는 당뇨 전단계였다.


백수가 병까지 걸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그때부터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는 생각으로 다이어트가 아닌 관리를 시작했다.

음식으로 몸에 화풀이를 했던 폭식을 멈추고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살뜰하게 돌보려는 마음에 힘을 실어주며 나에게 맞는 건강관리방법을 찾아나갔다.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며 식단일기를 작성했다.

군것질 대신 아몬드나 바나나 같은 건강식품을 배불리 먹다가 조금씩 양을 조절해 나갔다.

마트에서 과자 대신 그날 세일하는 채소를 저렴하게 득템해와서 새콤한 식초를 뿌려 식사 전에 먹었다.


맨날 같은 날 같지만 다 다른 날이다 ㅋㅋ 봄이라 세일하는 신선한 채소가 많아서 너무 좋다!


무엇보다도 나를 주의 깊게 지켜보기 위해 노력했다.

내 폭식의 원인은 불안이었기 때문에 불안할 때마다 일시적인 감정임을 알아차리고 곧 지나갈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다독였고 절대 다그치지 않았다.

음식으로 도망가려 할 때는 그런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의식적으로 찾아나갔다.

음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책이나 수다, 글쓰기 등 다른 일로 관심을 분산시켰다.






폭식이 내게 가르쳐준 것


불안과 초조함이 완화되면서 식단이 잡히고 몸이 정돈되었다.

다리 저림도 없어졌고 생리주기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최고 몸무게에서 조금 빠진 상태이며 아직 예전 몸무게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를 망치는 잠깐의 쾌락에 끌려가지 않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다시 또 마음이 힘들어져 폭식을 하더라도 지금의 경험과 마음을 기억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생겼다.

나에게 건강한 삶을 선물하고 그 소중한 삶을 지속하는 힘은 두려움과 압박, 다그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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