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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y 28. 2024

잘 사는 법을 돈 주고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


항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입받았고, 그게 맞다고 믿으며 세상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색을 채워왔다.

그래서 바쁘게 사는 방법은 알았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퇴사를 하고 여유가 생겼음에도 단 1초도 아무 생각 없이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잘 쉬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알고 싶었다.


고민 끝에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명상 수업을 알아봤다.

매주 1회 수업에 6개월 과정이 60만 원이었고 서울에서 진행됐다.

백수에게 60만 원은 엄청 큰돈인 데다가 지방에 살고 있어서 매주 서울을 가는 것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할 때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큰맘 먹고 수업에 등록했다.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과정이라서 오랜만에 캠퍼스를 걷게 되었다.

활기차고 싱그러운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기를 나눠 받았다.

기운은 참 나눔에 너그럽다.



그렇게 즐겁게 시작한 명상수업이었는데, 수시로 찾아오는 다리 저림 때문에 앉아있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게다가 명상을 하기 위해 눈을 감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기다렸다는 듯이 빼곡히 몰려와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방과 후 운동장의 아이들처럼 중구난방으로 날뛰는 생각이 꼬리물기를 하며 늘어졌다.

배운 것을 전혀 적용하지 못하는 열등생이 된 기분이었다.



명상의 핵심은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것이다.(sati)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잘되면 잘되는 대로, 내가 지금 이렇구나 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잘 안된다고 탓할 것도 없고 남과 비교를 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내 호흡에 집중하며 나의 상태를 알아차린다.

반 가부좌를 하고 앉아 복잡한 내면을 비우고 현재의 나에 집중하며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방 안에 앉아서 창밖을 보는 마음으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가만히 바라본다.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처음보다는 그 볼륨이 현저히 낮아져 있다.








명상마인드로 살아가기


퇴사 이후에 혼란과 자존감의 저하가 번갈아서 찾아왔었다.


이때 명상을 배운 덕분에 내가 별 볼 일 없고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나만은 나를 버리지 않고 감싸안는 법을 알게 됐다.


그 방법은 매사를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에 머무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전체를 볼 수 없으며 집착과 걱정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순간의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때 괴로움은 멀어지고 평온이 다가온다.



예전엔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적하며 몰아붙인 적이 많았다. 

지금은 어떤 감정이 일어나든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한다.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그 빈도와 횟수를 줄여가며 회복시간을 단축하는 힘이 조금은 생겼다.

명상마인드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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