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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Sep 07. 2023

저 가끔 들러도 될까요?


어릴 땐 별거 아닌 거에도 웃음이 참 많았다. 동네에서 까불고 뛰어다녀도 '애들이 다 그렇지 뭐'라며 이해를 받았으니 아이에게 꽤 너그러운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땐 친구가 참 중요했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다가도 '엄마가 불러서 집에 가야 해'라는 친구에 말에 '그럼 나도 집에 갈래'하고 손을 털고 일어섰다. 혼자 놀 수 있는 그네나 미끄럼틀을 탈 때도 친구가 있어야 재미가 있었다. 시소를 탈 때는 친구의 무게에 따라 앞자리 뒷자리를 옮겨 다니며 바꿔 앉았다. 누가 더 무거울까 얘기하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무게를 맞추고 박자에 따라 함께 오르내렸다.



성인이 되고 보니 놀이터엔 보이지 않는 문이 생겨버렸다. 그 문은 허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게 매우 낮았다. 나를 굽히면서까지 굳이 놀이터에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누군가의 무게에 나를 맞춰야 하는 시소놀이 따위는 이제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지 않게 됐다.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했고, 혼자 여행을 다녔다. 혼자가 편했다. 반복되는 편함은 지쳐서 말라버린 내 마음을 꼭 쥐고선 놓지 않았다. 편함의 악력에 숨이 막힐수록 공허함이 살쪄갔다. 그러나 군살처럼 자리 잡은 헛헛함을 덜어내기 위해 억지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고 피곤했다.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공허함이 뒤뚱거리며 나를 짓누를 때마다 한 번씩 놀이터에 가볼까 고민했다.


'불편한 것보단 그냥 혼자인 게 낫긴 한데... 어쩌지...'


그렇게 항상 생각만 하며 가지 않았던 놀이터를 지나치듯 쳐다봤다. 그곳엔 새가 날아왔고 산책하는 강아지와 주인이 들렀으며 수다 떠는 학생들이 앉아있었고 조용히 쉬는 노인이 있었다. 내가 앉아도 될만한 벤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벤치 한쪽 끝에 슬쩍 앉아보았다. 


'놀이터에서 꼭 놀이기구만 타야 하는 건 아니지. 맞아.'


새가 날아갔고 산책하던 강아지와 주인이 지나갔고 학생들과 노인도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예전처럼 그네나 한 번 타볼까?'


오랜만에 타는 그네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 가끔 와야겠다, 놀이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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