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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mnon Jun 27. 2021

먹는 문제

먹이를 스스로 찾는 스트릿견

임시보호 하면서 은비랑 가장 많이 다퉜던 일은 먹는 문제였다.

얼마나 길었을지는 모르지만 구조되기 전 길에서의 생활로 인해 은비가 갖고 있는 특성들이 몇 가지 있었다. 오토바이를 무서워 하는것, 나이든 남성을 경계하는 것, 고양이를 적으로 인식하는 것, 그리고 음식에 대한 집중력 이었다.


산책하면 동네 개들을 많이 만나는데, 대부분의 강아지보다 은비는 대체로 일자로 사람과 보폭을 맞춰 잘 걷는 편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에 그 자리에서 멈추거나, 돌진하거나 한다. 다른 경우보다 음식은 땅에 떨어진 조각이 작기도 하고 냄새맡는척 하다가 이상하게 코를 오래 박고있어 보면 무엇인가를 입에 넣고 먹고 있기 일쑤였다. 준게 없는데 뭔가를 먹고 있을때의 두려움은 꽤나 상당하다.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 깨달았다. 길가에 꽤나 다양한 음식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주택가 길에서 닭뼈를 찾는건 예사일이고, (닭뼈는 치명적이지만 힘을줘서 입에서 꺼내기는 어렵지 않다.) 한 번은 수풀 속에서 한참을 고개를 박고있어 이상함을 감지하고 얼굴을 들어올리니 초코파이 하나를 입에 야무지게 물고 있었다. 초콜렛도 독성이 있어 강아지에게 정말 위험한 음식이라 들어서 꺼내려는데 아무리해도 입이 열리지 않아 입 밖으로 나온 초코파이만 긁어 냈다. 속상해서 곧바로 씩씩거리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산책 종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무엇인가 잘못된 건 아는지 그럴땐 절때 더이상 냄새맡으려 한눈팔거나 마킹하려고 눈치보지 않고 잘도 졸졸 쫓아온다. 후에 검색해보니 초코파이에는 카카오가 들어있지 않아서 강아지가 먹어도 (건강엔 안좋겠지만) 크게 위험하진 않다는 사실을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어느 순간 길에서 음식 찾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는데, 지속적인 혼남과 환경미화원분들의 노고 덕분인듯 하다. 요새 밖에서는 주로 풀을 뜯어 먹는다.


이렇게나 줄을 팽팽히 당기면서 머릴 박고 있으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하도 길에서 뭘 찾아먹어 개껌을 줬는데 막상 개껌은 밖에서 안 드신다. 자기만의 원칙이 있는듯 하다.


길에서 주워먹는것 뿐만 아니라 집에서 사람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점잖은 성격이라 음식을 달라고 떼를 쓰거나 하지는 않지만, 밥을 먹고 있으면 사냥을 하듯이 먹는 내내 먹을 기회를 노렸다. 눈빛이 따가워 먹자마자 바로 치우기 때문에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하루는 친구들이 놀러와서 바닥에 상을 펴고 하몽을 한접시 놓고 한 시간은 떠들었을 때였다. 그 때 한순간 누구는 화장실에 가고 누구는 부엌에 가고 해서 상을 아주 잠시 비웠었는데, 그 시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있던 은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몽 한접시를 물고 상 아래로 피신해서 그 짜고 비싼 햄을 혼자 다 해치워버렸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화도 나지 않고 단지 배탈이 날까 걱정했는데, 아주 멀쩡했다.

비슷한 스토리로 식빵 한덩이도 털리고 나서 (  쪽을 빼고 초코파이처럼 손으로 뜯어냈다.) 은비 교육과  음식을 지키기 위해 바닥에서 상을 치우고 식탁으로 바꿨다. 이런 식으로 강아지 보호자들이 알지도 모르는 사이 본인의 강아지들을 사람 음식 훔쳐먹는 강아지로 키우다 세나개에 출연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니 은비가 혹시나 입양가서 음식으로 패악질 할까봐 사전에 차단했다. 개들이란 어찌나 요망한지 내가 사람음식을 나눠주지 않는걸 깨달은 후에는 혼자 먹을땐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 아직까지도 손님이 오거나 다른 집에 놀러가면 다른 사람들 다리맡에 앉아 끝없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어림 없지.


음식을 노리는 표정. 혹시...나 좀 나눠줄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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