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우석 소장 Jan 13. 2019

딸과의 애착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은 표현이다

딸과 애착 형성이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 아빠들을 보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딸과 좀처럼 소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타당한 두 가지의 명분이 있다. 첫째, 시간이 없다. 너무도 바쁜 일상에 쫒기는 아빠에게는 딸과 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시간이 없다. 그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하는 더 중요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설명’하거나 ‘설교’할 수는 있지만, 일상적인 내용에 관해 소통할 시간은 없다. 둘째, 많은 아빠가 딸과는 근본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딸도 같은 여자니까 엄마하고는 말이 좀 통해도,
아빠하고는 공감대 형성이 전혀 되지 않아서 같이 얘기할만한 게 별로 없어요 

  

‘사랑은 표현해야 의미가 있다’라는 진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엄마는 이런 아빠의 모습에서 대번에 ‘무관심’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그것은 아빠에게 단지 감정 표현의 재주가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여성의 뇌에는 기본적으로 소통에 적합한 부분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잘 갖춰져 있다. 우선 남성과 말하는 양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남성은 하루에 약 7천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거의 세 배에 가까운 약 2만 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특성은 딸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딸은 또래의 아들보다 말을 빨리 시작한다. 심지어 세 살짜리 여자아이의 어휘 습득량은 또래 남자아이의 두 배 이상이다. 반면 아이의 말이 느리다고 언어치료센터를 찾게 되는 건 대부분 아들의 경우다. 그것이 바로 아빠의 관점에서 엄마처럼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능력을 타고난 딸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엄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소통은 꼭 말로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소통이란 사람과의 ‘관계’를 ‘언어’의 형태로 풀어내는 과정을 말하는데, 남성인 아빠에게는 그 두 가지 모두가 취약한 부분이다. 게다가 아빠와 딸의 나이 차이에 따른 눈높이의 현격한 차이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더 곤혹스러워지게 된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는 단지 자신의 감정의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무척 감정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언어로써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마치 항상 ‘정서적 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아빠들은 엄마와 다툼이 있게 되면 결국 말로 엄마를 당할 재간이 없는 탓에,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아빠는 의사소통능력을 위한 언어 기술이 부족하다. 자신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꾸만 안 하고 싶고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애착 형성은 딸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타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능력에서 자존감을 얻는 아들과 달리 딸은 타인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자존감을 얻는다. 따라서 딸은 자신이 받는 애정 표현의 정도를 곧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정도와 동일시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애정 표현을 충분히 받지 못한 딸은 자기 존재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출이나 청소년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일 또한 애정 결핍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필자의 상담사례 중에서는, 어렸을 때 아빠로부터 애정 표현을 자주 받지 못해 성인이 되어 남성과의 육체적 접촉만을 위한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는 성인 여성 내담자의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딸을 키우는 아빠에게 필요한 것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여성의 특성에 관한 약간의 정보를 제외하고는 아빠는 딸과의 애착을 형성할 때 필요한 자질을 이미 대부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표현하기 쉽고 중요한 것은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네가 자랑스러워, 우린 한마음이야!’ 등등 모든 애정의 의미를 담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다. 말을 잘못 해 괜한 오해를 살 것이 걱정되는 아빠라면, 먼저 스킨십을 하는 것이 좋다.      


부끄러운 마음은 집어 던지고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언제고 틈날 때마다 있는 힘껏 끌어안자. 만약 딸이 아빠와의 스킨십을 어색해하거나 너무 자주 껴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머리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스킨십을 통해 딸은 자신이 아빠와 온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애정 어린 스킨십은 딸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딸에게 아빠의 육아가 중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