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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석 소장 Jan 13. 2019

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아빠 되는 법

딸이 궁금하면, 질문하라

아들을 키우는 아빠라면, 아들이 정신없이 빠져 있을 수 있을 만한 놀 거리 하나만 제대로 찾아도 그 날의 놀이에 관한 고민은 대부분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조립식 장난감을 무척 좋아하는 아들이라면 아빠와 아들이 함께 앉아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무려 세 시간 동안 장난감을 조립하며 노는 것이 가능하다. 아들은 아빠와 단지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에게는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딸의 성향에 딱 맞는 놀 거리가 있다 해도 절대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아빠의 진짜 임무는 놀이가 시작됨과 동시에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딸과 수다를 떠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언어 발달이 빠른 딸에게는 수다가 애착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딸과 함께 노는 동안 아빠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딸에게 말을 걸고 수다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계속 칭찬을 해줘야 한다. 만약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무언가에 집중해 버린다면 딸은 아빠가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고 자책할 수도 있다.      


남성의 뇌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고, 그 안에서 사물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분석하고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심지어 사람의 얼굴까지도 사물로 인식해 버리기 때문에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뇌는 다르다. 대부분 여성은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교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정신없이 얘기하는 중에도 타인의 표정이나 말투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감정변화를 금방 눈치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인 경우에도 남자 아기들은 침대 위에 달린 움직이는 모빌에 정신이 팔려 누가 쳐다보든 말든 관심 없기 일쑤지만, 여자 아기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사람의 표정 변화와 목소리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고 미소도 더 빨리 짓는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여성의 뇌를 가진 딸이 자신과 함께 있는 아빠의 표정이 어떤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는지, 얼마나 섬세한 손길로 자신을 대하는 지 보고 아빠의 마음을 금방 파악해 버리고 마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자칫 영혼 없는 멘트를 계속해서 날렸다간 딸에게 이내 진심을 간파당하고 호된 꾸중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엄마와 달리 수다에 약한 아빠에게 있어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질문으로 아빠의 진심을 표현하라 

    

만약, 놀아 ‘준다’라는 표현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미 의지로 버티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눈치가 빠른 딸은 아빠가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기보다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노력을 통해 자신과의 시간을 버텨야만 하는 아빠를 바라보는 일은 딸을 우울하게 만들고 아빠에 대한 기대를 점차 낮추게 된다. 딸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심으로 딸과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딸과의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아빠에게는 그 어떤 코칭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때때로 딸과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딸과 함께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다를 떠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선택해야 하는 차선책은 바로 아이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연애를 하던 때를 한 번 떠올려보자. 누군가 나에게 와서 나에 관한 질문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넌 무엇을 좋아하니?’라고 말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렇다. 질문은 바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 누구나 친구를 처음 사귈 때 그 사람에게 갖는 호감의 크기만큼 궁금한 게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종일 밖에서 일하는 아빠 대부분은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엄마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그 결과, 딸에 관해 알고 있는 것 또한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얼 해야 하겠는가? 가만히 앉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만을 기다리겠는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궁금한 것들에 관해 물어볼 것인가?


딸과 가까워지는 것은 마치 관심 있는 친구를 처음 사귀는 과정과도 같다. 그것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친구를 말이다.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은 친구라면, 과연 얼마나 궁금한 게 많겠는가? 딸에게 질문하라. 그리고 올망졸망한 입술로 질문에 답하는 딸을 지긋이 바라보라. 그럼 자연스럽게 아빠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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