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실태에 관한 심층 취재 기사를 보다가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영업자 관련 자료를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대한민국 자영업자 수가 무려 5백만이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로 따지면 10명 중 한 명은 치킨을 튀기거나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엄청 높은 수치다. 2000년대 초반 자영업자 수가 500만을 처음 넘은 이후로 증가 감소를 거듭하다가 이제는 500만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 상황은 어떠할까? 통계수치로만 보면 가히 비참한 수준이다. 자영업자 1년 생존율 84%, 3년 생존율 40% 내외, 10년 생존율 16%...
10년 후면 열 집에 한 집만 남고 거의 다 바뀐다고 보면 되는 수치이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1인당 빚(은행 대출 액 기준)은 1억 7천여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1년 전보다 천만 원 가까이 더 늘었다고 하는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대출 증가폭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빚내서 장사하고 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암울한 통계치인 것이다.
기업의 수치로 확대해서 보더라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벤처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숫자는 7백3십여 만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0.1%가 대기업과 중견기업(매출 5천억 이상)을 합친 숫자이고... 그리고 고작 0.1%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1%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모 경제의 파워가 실감 나는 수치들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과 생산 능력을 갖추지 않고 서는 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들인 것이다.
대다수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는 '지속 가능한 경제'라는 안전망 속으로 편입되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보지만 만만치가 않은 게 현실이다. 피 땀 흘리며 노력해서 대기업에 들어간다 한들 몇 년 버티고 나면 언제 밀려날지 노심초사하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그러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도에 탈락하게 된다.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남들도 다 한다는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남들과 다른 도전을 해볼 거야”라는 포부를 가지고 호기롭게 도전해 보지만, 몇 달 또는 몇 년의 악전고투 끝에 받아 드는 성적표는 은행대출 잔금 몇 억…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이런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정치의 몫일까?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정치적으로 또는 국민적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절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항상 소수의 기득권층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 사회적 기업이다. 21세기 초 유럽 선진국 등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사회적 기업 개념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기회 제공, 사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충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 등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점차 커져가고 있고, 소비자들도 ‘가치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통해 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존재와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가치 소비’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적극 호응해 준다면 좀 더 살기 여유로운 세상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 섞인 생각을 해 본다.
사진 : Unsplash의 Faris Moham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