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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09. 2023

독일사람 집에 갈 때 뭘 가져가면 좋을까

초대 받았을 때 준비할 선물

독일에 살다 보면 심심찮게 '독일사람 집'에 초대받는 일이 생긴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정보보호에 워낙 예민한 나라라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은근히 많은 독일인들은 흔쾌히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한다.


한국만큼 갈 곳이 다채롭지도 않을뿐더러, 특히 저녁 시간에는 바, 식당을 제외하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마음 편히 시간제약 없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집뿐이다. 같은 이유로 집 데이트도 매우 흔한데 심지어 부모님이 집에 계셔도 연인을 초대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집에 초대받았다면 빈 손으로 가지 않는 게 예의이다. 그렇지만 우리와 문화가 다르고 선물에 담긴 의미도 모르기에 무엇을 살지 고민될 것이다. 이 글로 독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다.


독일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엔, 'Anlass(동기)를 고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집들이 초대라면, 우리나라에선 롤휴지를 떠올렸겠지만 독일에서는 집을 꾸밀 수 있는 데코레이션, 요리책, 각종 양념세트, 디퓨저, 매트, 그리고 소금과 빵을 선물한다. 특히 소금은 중세시대에 금만큼 귀했던 재료였고, 빵은 먹거리를 뜻하기에 집들이에 소금과 빵을 주는 것은 '이 집에 풍요와 부 그리고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의미이다.


생일이나 결혼식이라면, 이벤트의 당사자에게 의미 있고 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선물을 주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선 축의금으로 현찰을 주는 게 매우 일반적이지만 독일에서는 드물다. 만약 현금성 선물을 주고 싶다면 Gutschein(상품권)을 추천한다. 식당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면 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앨범이라던지, 커플 용품, 혹은 생일이라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곳으로 함께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생일날 이전에 선물을 주거나 축하하면 불행을 불러온다는 미신이 있다. 반드시 당일 혹은 지난 후에 한다.


유아세례식에 초대받았다면, 세례 받은 아이와 세례식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물건이 좋다. 예를 들어 목각 천사인형, 기도문이 쓰인 장난감, 혹은 아이의 세례식을 앨범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보통은 세례식이 끝나면 바로 가족과 친지 그리고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식사는 세례 받은 아이의 부모가 대접한다.


아무 이유 없는 초대라면, 아주 심플하고 무난한 선물을 고르면 된다. 너무 값비싼 선물은 부담이므로 10유로 선에서 와인이나 꽃다발 혹은 데코레이션이 무난하다. 초대한 사람이 술을 안 마신다면 꽃이 좋을 것이다. 다만 화분은 '길러야 하는 관리 대상'이므로 꽃을 산다면 단기간 보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예쁘게 핀 다발류로 사는 게 좋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역시 와인과 꽃을 선물하거나 받았을 때 가장 호불호가 적었고, 오히려 디퓨저나 데코는 약간 취향을 탈 수 있어서 잘 쓴 것도 있지만 아예 쓰지 못한 것도 있었다. 만약 초대한 상대방이 독일인이 아니고 상대방의 문화를 잘 안다면 거기에 맞춰 선물해도 좋다. 독일에 있는 한국인들끼리는 경사에 현금을 주는 일이 매우 흔하다. 배경만 한국이 아니지 사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집들이 때 받은 선물 중 나에겐 롤휴지가 가장 반가웠다.



제목 사진출처: David Everett Strick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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