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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13. 2023

한국에서 온 독일제

독일제 마케팅

미제, 영국제, 프랑스제, 독일제... made in xxx.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쉽사리 가기 어려운 해외에서 온 제품이라고 하면 뭔지 몰라도 왠지 품질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상당히 구시대적이고 조부모님적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과 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온 현재도 여전히 '독일제' 마케팅은 잘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딸이 독일에 있으니 종종 어머니께서 사진을 보내신다. 


"이게 독일서 그렇게 유명하다고 여기(한국인터넷이나 방송)에 나오는데, 진짜니?"


대답해 드리기 전 나는 직감적으로 안다. 십중팔구는 '한국에서만 유명한' 물건이라는 걸. 여태까지 딱 1개 제품만 독일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들어봤다'는 정도의 물건이었다 (그마저도 유명한 건 아님). 


휴대용 기계, 해독주스, 리프팅크림, 수분크림, BB크림, 주방용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아래 경우에 걸린다.


- 독일물건이지만 유명하지 않고, 쉽게 살 수 없는 인터넷 판매 전용 제품 

(신생기업, 소기업 혹은 다단계 스타일)

- 독일물건이지만 품질을 앞세우기엔 너무나 평범한 제품 

- 독일물건이지만 일반마트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제품

- 독일물건이고 유명하지만 유독 한국인/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

- 독일에 한국인이 사업자를 내서 제품만 등록하고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에 마케팅하는 제품

 

나 또한 한국 친구한테 듣고 궁금해서 사본 것도 있었다.




모든 건 마케팅이다. 


제품군을 막론하고 - 유명, 기술력, 독일, xx테스트 통과 - 이런 말에 현혹되지 말고 사실여부와 그 제품 찐 사용자들의 후기를 봐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런 제품들은 후기조차 찾기 어려웠다.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브랜드를, 그렇지 않아도 의심 많고 보수적인 독일 사람들이 살 리가 없겠지.


나는 생활 전반에 걸쳐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는데, '진짜 좋은 건 무리하게 광고하지 않는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제발 우리 대학 좀 와달라고 광고하는 거 봤나?




나도 부모님도 수 년째 사용중인 엘멕스 시린이치약(repair&prevent)과 오쏘몰 이뮨. 오쏘몰이 한국에 유명하지기 전부터 먹었고, 엘멕스는 현지 치과에서 추천 받았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좋은 건 고객들이 앞서서 알리고 후기가 줄지어 올라온다. 독일은 대부분의 후기를 검열해서 올리거나, 객관성을 위해 외주업체에 맡기는 쇼핑몰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


대충 '독일'이라는 말로 한국 소비자들 눈먼 돈을 털어가는 판매자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현지에서 직접 수년간 써보면서 진짜 좋은 물건들은 한국에 갈 때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선물한다. 그러면 '진짜 이런 건 알기 어렵다'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고, '한국에서 못 들어봤으니 그저 그런 물건'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판단이다. 


그리고, 


국뽕이 아니라 한국 물건들 충분히 좋다. 종류를 막론하고. 

특히 코스메틱 쪽은 한국제가 압도적으로 종류도 많고 참 잘 나온다. 어떻게든 독일 화장품에 정착해 보려 수년 간 노력했지만 나는 결국 실패하고 지금도 2만 원 대 이하의 한국화장품을 한국에서 받아 쓴다. 


독일사람들한테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 원산지가 어딘지 물어보라. 반 이상이 made in china일 것이다. 


중요한 건 가격이나 유명세가 아니라 물건의 품질과 성분, 그리고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소비자들의 눈이다. 



본문사진: 엘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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