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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7. 2023

집을 사니 이런 질문을 들었다

시내면 만사 오케이?

독일에 자가마련 후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묻는 질문이 있었다.


"시내로 가야지. 왜 시내에 안 샀어?"


유감스럽지만 딱 2명을 제외한 모든 한국 지인들 이 같은 질문을 했다. 독일 지인들은 "잘됐다. 안 가본 곳이네. 다음에 근처에 가면 놀러 갈게."와 같은 부류의 호기심 어린 반응이었다. 아무튼 이 질문에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곧이곧대로 대답했으나 같은 질문이 반복되니 어투나 분위기로 보아 어렴풋이 말에 뼈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들은 사실 이렇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시내가 최곤데, 혹시 시내로 '못' 들어온 이유가 있니?"




우리가 매입한 자가는 독일 대도시 '근교'에 위치한다. 시내까지 차로 약 15분이니 서울로 따지면 강남-판교 보다도 훨씬 가까운 거리이며, 독일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아시아인들이 선호하는 거주지 중 하나다. 그러나 행정구역상으론 그들이 말하는 대도시명이 들어간 '시내'가 아니다.


내가 그들의 질문에 뼈가 있다고 이해한 이유는, "왜 A동네에 집을 샀냐"가 아니라 "왜 시내에 안 샀냐"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마치 시내가 아닌 집은 다 별로라는 듯이.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람마다 거주지를 결정하는 데엔 다양한 요소가 있고, 우선순위는 각자 다르며, 모든 사람이 시내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곱미터 당 가격'과 '핫플레이스'만 따지면 당연히 시내, 그것도 번화가 근처가 가장 비쌀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주거의 쾌적함이나 안전을 보장하진 않는다. 시내의 다수 구역은 외곽보다 범죄율이 현저히 높고 주차난에 허덕이며, 매일 관광객들로 붐빈다.


우리가 집을 살 때 고려했던 1순위는 조용함과 편안함, 회사로의 접근성(대중교통과 고속도로), 또한 주변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시내와 너무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중에 아이를 키우기에도 적합한지 보았다. 우리에게 집은 '번화가에 있는', '가격이 오르는' 상품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살기에도 별로이고, 시내랑 멀어서 가치가 떨어지는 곳이었다면 어째서 그 많은 아시아인들과 독일인들은 이곳에 자가를 사고 가족 단위로 살고 있을까?




또한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부동산이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는 한국이었다면 우선순위에 집 값 상승여부나 중앙역과의 접근성 등이 포함되어 크기가 작더라도 무조건 상승전망이 있는 곳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은 한국만큼 부동산 재테크에 혈안이 되어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주용으로 자가를 구매하여 내 집을 가꾸며 장기간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만 해도 자녀를 독립시키고 남은 인생을 보내고자 들어온 중년 혹은 노부부들이 꽤 있다.


같은 예산이라면 신축에, 편안하고, 넓고, 어차피 차가 있으니 이를 십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우리에게는 '행정구역상 시내인지 아닌지'보다 훨씬 중요했다. 이렇게 조건에 딱 맞는 집을 구매했으니 충분히 '우리에게 안성맞춤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추후 시간이 지나 생활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그때 다시 시내든 아니든 새 집을 구하면 될 일이다.


이 먼 타국땅에서까지 줄 세우기와 비교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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