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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하 Nov 24. 2023

독일 사는 동물들은 참 좋겠다

반려동물은 독일로

동물원은 인간의 유희를 위한 곳이고, 자연을 포함한 동물 전문샵들은 동물의 유희를 위한 곳이다. 말은 못 해도 존재감 확실한 우리 집 막내 햄스터에게 겨울맞이 집을 새 단장 해주고자 반려동물 전문 샵을 찾았다. 


독일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운다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유럽 최대 반려동물 소매업체 Fressnapf(프레스나프)에 들렀다. 독일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 매장은 도시마다 있는데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지점은 규모가 상당히 커서 파충류와 관상어도 취급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에서 강아지, 고양이 샵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토끼, 기니피그, 새, 햄스터 등 소동물은 프레스나프 같은 전문점에서 상담 후 입양할 수 있다. 


*강아지, 고양이를 입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등록된 전문 브리더' 혹은 'Tierheim(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다. 브리더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으며, 최대 2년까지 대기기간이 생길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점을 찾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동물사랑에 진심'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용 '스낵바'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마치 뷔페에서 음식을 골라 담듯 푸드코트처럼 생겼는데 모양도 꼭 사람 간식처럼 생겼다. 실제로 반려견을 데리고 매장에 오는 보호자들이 많다. 강아지들은 얼마나 신날까? 어릴 때 엄마 손잡고 마트 장난감 코너를 서성거리던 마음일 것 같다. 


강아지 스낵바. 개당 가격이다. (출처=직접촬영)


발걸음을 옮겨 소동물 코너를 찾는 중 기니피그 케이지를 발견했다. 어마무지하게 크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렇게 큰 케이지를 해주긴 어려우니, 결국 사람과 같이 생활해야 할 것 같다. 기니피그 옆엔 우리 쿠키랑 비슷하게 생긴 햄스터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케이지에 붙어있는 메모가 눈에 띄었다. 


정글리안 드워프 햄스터는 어둠에서 활동하는 야행성 반려동물입니다. 그들의 예민한 바이오 리듬을 해치지 않기 위해 판매는 매일 오후 5시부터 이뤄집니다.


(왼)  쫄아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깜장 기니피그. (오) 햄스터 케이지. (출처=직접촬영)


이러한 메모가 케이지마다 각 종(種)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혀있다. 동물에 따라 판매시간이 오후 1시, 3시, 5시 등으로 나눠진다. 같은 소동물 전문샵이지만 쿠키를 입양했던 프랑스에서는 못 봤던 안내문인데 이들의 동물을 배려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프랑스에서 쿠키를 입양하던 날의 시각이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옹기종기 모여 자고 있던 햄스터를 데려왔던 게 영 마음에 걸렸었다. 아마 독일이라면 아예 입양이 불가했을 거다.




이렇게 철저히 규칙을 지킨다고 해서 독일 사람들이 모두 동물을 사랑한다거나, 모든 동물이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푸들 브리더가 말하길, 크리스마스만 되면 강아지 입양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부모들이 강아지를 아이들 '선물'로 사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강아지가 장난감처럼 다뤄지는 걸 원치 않기에 초등학생이 있는 집에는 일부러 입양을 안 해주는 철칙이 있다고 한다.


또한 정상적인 루트의 입양비용(푸들 약 280만 원, 비숑 약 220만 원)이 높다 보니 암암리에 동유럽에서 판매목적으로 태어난 새끼들이 저렴한 가격에 입양되기도 한다. 어디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길 터, (예비) 보호자들이 앞장서서 올바른 루트를 선택해야 그렇지 않은 불법루트도 근절될 것이다. 




동물은 보고만 있어도 이유 없이 힐링이 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과 반려동물은 공생의 관계인 것 같다. 기분좋게 매장을 한 바퀴 돌으니 어느새 손에 우리 집 햄스터에게 줄 물건이 잔뜩 들려있다. 자작나무 베딩이 없어서 급하게 다른 목재 베딩과, 간식 그리고 새 숨숨집을 구매했다.


(왼) 햄스터 용품들. (오) 햄스터 기본사료. (출처=직접촬영)


먹이는 이것저것 시도 해봤는데 몸집은 작은 주제에 어찌나 까다로운지, 은근히 편식이 심해서 Basis Futter(기본 사료) 이외에는 잘 먹질 않는다. 심지어 달달한 종류는 아예 입에도 안 대고, 간식도 당근이나 곡류만 먹는다. 주인 닮아 탄수화물을 좋아하나 보다. 


집에 와서 햄테리어를 새로 해줬더니 다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그래도 신나서 여기저기 탐색하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막내를 위한 겨울맞이는 이걸로 충분할 것 같다.


제목,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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