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밤 Jan 31. 2024

독일회사 퇴사날 준비해야 할 것

"도비는 자유예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국가 불문 다들 퇴사를 적어도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것이다. 이는 근무환경이 비교적 편안하다고 알려진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내 주변에서 퇴사했던 동료들의 퇴사 사유를 보면: 이직, 종교에 더 매진하기 위해, 결혼과 동시에 해외 이주, 회사에 대한 불신, 계약서 조항 위반 등이 있었다.


퇴사를 진심으로 결정했고 직원 본인의 결정이라면 가장 일반적인 절차는 퇴사서(Kündigungsbrief)를 써서 회사의 인사과 혹은 매니저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회사는 퇴사서 수령 후 직원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퇴사기간 및 마지막 근무일을 알려준다.




퇴사 관련 밈. "퇴사서를 제출한 뒤 나의 모습" (출처=debeste.de)


퇴사 후 곧바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직원은 퇴사서 제출 전이라도 '퇴사를 결심한 즉시' 연방노동고용청에 Arbeitssuchende(구직자)로 등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최대한 비는 날 없이 실업급여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근무한 정규직은 퇴사서 제출일부터 3개월의 퇴사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퇴사서 제출과 동시에 노동청에 연락하면 된다.

 


 

이와 별개로 조금은 캐주얼한 독일회사의 퇴사날 풍경이 있으니, 보통 그 직원의 '마지막 출근일'에 볼 수 있다. 조사와 같은 슬픈 일 혹은 회사와 갈등이 있던 게 아닌 이상, 퇴사날의 모습은 대부분 즐겁다. 특히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출발을 한다면 그 직원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분위기다.


퇴사하는 직원은 간단한 핑거푸드 혹은 케이크를 가져간다. 직접 만든 거면 더 좋고, 시간적 여유가 안된다면 사서 가도 좋다. 음식은 우리 부서뿐 아니라 사무실에 온 직원 누구라도 나눠먹을 수 있게 넉넉히 준비한다. 음식 종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경험상 케이크가 가장 무난했던 것 같다. 보통 사무실 주방에 음식을 진열하고 간단히 메일로 '내 퇴사 기념이니 누구든 즐겨도 좋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 덕담도 주고받고, 같은 업계로의 이직이라면 새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다면 대화의 금기주제는 없다. 회사나 부서에 따라 따로 식사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으며, 직원들이 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도 전달한다. 선물준비는 총무직원이나 매니저가 주도한다.  




모든 절차가 끝난 직원은 마지막으로 함께 일했던 모든 동료들에게 메일로 인사말을 남긴다. 메일에 퇴사사유를 적는 사람도 있지만 안 적어도 된다. 함께한 동료들, 본인이 회사를 통해 배운 점에 대한 감사 인사이며 사람에 따라 개인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한다. 독일도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고 언제 어디서 누가 나를 도와줄지 모르기 때문에, 특히 이전 직장 동료들은 간간히라도 연락을 이어가는 게 좋다.


정해진 메일 형식은 없으나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다면 구글에 'Abschiedsmail Kollegen(동료들에게 작별메일)'이라고 검색해 보자. 다양한 예시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 기물까지 반납하면 모든 절차가 종료된다. 사원증은 회사에 따라 기념으로 주는 곳도 있지만 회수하는 곳이 더 많다. 무단 건물 출입이나 사칭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웃으며 직원을 보내주는 독일회사. 회사든 매니저든 누구도 개인의 인생에 관여할 수 없기에,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직원에 따라 보내기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겠나, 직장을 옮기는 건 직장인의 권리이자 자유인 것을.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부서엔 조용한 만담가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