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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18. 2023

독일 이사 눈뜨고 코베이는 비용 아끼기

독일이사 숨은 비용

독일 내 이사얘기를 하면 꼭 나를 끼워주셔야 한다. 총 8개 도시에 거주하며 이사 횟수도 많고, 그만큼 본 매물도 수 십 개에 이르기 때문에 이제는 집 광고만 보면 대충 어떤 집일지 그 안에 사는 모습과 장단점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사를 했던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돈도 차도 없던 학생 시절에는 그냥 냅다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탔다. 오리털 이불을 넣어 빵빵해진 박스와 뼈대가 앙상한 이케아 철제 책꽂이를 마치 식당 직원이 서빙하듯 들고 트램(노상전차)에 올랐을 때 나를 보던 독일인들을 잊을 수가 없다. 막상 나는 별 신경을 안 썼는데, 부모 없이 혼자 타국에 와서 안쓰럽다는 듯이 애처롭게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 안쓰러우면 좀 도와주지 막상 손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그 외에는 소형 화물차와 운전사만 빌려서 한 적도 있고, 먼 거리에는 전문 이사센터를 쓰기도 했다. 당연히 센터를 쓰는 게 가장 편하지만 우리나라와는 꽤 다른 점이 많다.




# 독일과 우리나라 이사의 가장 큰 차이는 포장이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모두 진행하셨기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삿날만 되면 항상 업체가 집에 와서 가구포함 모든 짐을 포장해 주고, 옮겨주고, 새 집에 놓아주었는데, 그게 포장이사라고 한다. 만약 독일에서 그렇게 하면 금방 집안 살림이 거덜 날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사 세 번하면 파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사업체 비용이 비싸다.


20평짜리 짐도 별로 없던 자그마한 집을 500km 떨어진 곳으로 이사할 때 4000유로(560만 원)가 들었다. 그것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한 게 아니라, 짐을 싸고 푸는 건 모두 직접 했다. 그때 갖고 있던 가구는 침대, 소파, 미니장롱 총 3개가 전부였고 박스 개수는 30개였다. 조금 영세한 업체를 썼더라도 3000유로(420만 원)는 족히 들었을 것이다.


# 이동 거리 그리고 손이 닿는 모든 것은 돈

독일 이사비용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솟는 가장 큰 이유는 이동거리와 인건비 때문이다. 업체를 쓰면 어차피 중/대형 화물차가 오기 때문에 박스의 개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화물차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pauschal(통틀어서)로 계산하기 때문에 박스가 30개든, 40개든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이사비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첫째로 거리다. 거리비로 따지기 때문에 멀면 멀수록 곱절로 비싸진다. 이동하는 시간, 직원들의 시급, 식대, 거리가 멀면 숙박비까지 모두 포함된다.


또한 작업이 하나씩 추가될수록 비용도 추가다. 포장은 누가 할 건지, 가구는 몇 개인지, 해체만 할 건지 재조립도 할 건지, 전등도 떼기만 할 건지 설치도 할 건지, 고급의류가 있다면 의류용 박스비, 대형가구나 가전 포장, 이동, 설치 등 모두 개별 비용이 추가된다. 만약 주방까지 뜯어갔다면 우리는 진작 파산했을 거다.

 


여기에 숨은 비용도 한몫한다.


# 숨은 비용 1 - 화물차 주차공간

처음 받은 견적은 이사의 '스타트 비용'에 불과하다. 일단 가장 쉽게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화물차용 주정차 금지공간(Halteverbotszone) 확보다. 이사 나갈 집과 이사할 집의 화물차 주차공간이 없고 아무 데나 차를 대면 당일 벌금을 맞는다. 그래서 두 집 근처에 모두 화물차 길이만큼(10-15m)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걸 이사업체에 의뢰하면 최소 100유로가 넘는다 (100x2=200유로). 도시에 따라 직접 시청에 시청하면 20유로 내외로 해결할 수 있으니 무조건 맡기지 말고 몸을 움직여 알아보는 게 좋다.

 


# 숨은 비용 2 - 주차장부터 집까지의 거리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경우에 따라 건물 바로 앞에 정차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부득이하게 좀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짐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 경우 센터 직원들의 Laufweg(걷는 거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20m가 넘을 것 같다면 무조건 확인해서 미리 비용을 픽스해둬야 한다. 보통 이사센터들은 구글을 사용해서 거리를 측정하는데, 의뢰자가 잘 모른다 싶으면 훨씬 높게 부를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더블체크 해야 한다.


# 숨은 비용 3 - 지게차 사용

독일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사 시 지게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건물이 낮고, 가구 대부분 해체 및 재조립이 얼마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피가 크거나 가구 해체를 원치 않는다면 미리 지게차(Möbelift)를 준비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당일에 문의하면 가져 올 방법이 없다.




따라서 독일에서 500km 이상 거리에 손 하나 안 대고 코푸는 이사 (위에서 언급한 옵션을 전부 추가)를 한다면 10000유로 이상의 견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독일 내 업체 이사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돈은 내가 주지만 반은 내가 한다'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의 평안을 지키는 길이다.


가장 절약하는 방법은 이사를 안 하는 것이다.



제목, 본문사진: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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