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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기 본게임 전 준비운동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by 가을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세 가지 있으니, 바로 의식주(衣食住)다.

이 중에서도 '주(住)'에 해당하는 집. 나이가 몇이든 어디에 있든 사람은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산다 해도, 크든 작든 내 몸 하나 뉘일 집은 투자와 별개로 꼭 필요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독일 부동산에 관심이 있고 자가마련을 고민 중이라면 가장 먼저 독일 주택들의 종류와 특징을 파악한 다음 본인이 원하는 집의 형태를 정하는 게 구매의 첫걸음이다. '어떤 형태의 집'에 살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다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부동산은 크게 단독주택(Haus), 반 단독주택(Doppelhälfte) 그리고 아파트(Wohnung)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건축 시기에 따라 구축/신축/리모델링한 구축 등으로 나뉠 것이다.


# 단독주택: Haus 하우스

하우스는 아래 사진 속 집처럼 한 가구가 단독으로 떨어져 사는 집을 말한다. 독일은 도시 내에서도 구역마다 주거밀집구역 Wohnanlage(주거단지)가 있는데 이곳에 모든 집의 형태가 섞여있다. 물론 외곽지역으로 나갈수록 아파트보다는 부지사용이 자유롭고 저렴하니 단독주택의 비율이 늘어난다. 단독주택은 이미 지어진 집을 매매하거나 땅을 사서 본인이 원하는 신축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다수의 독일인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늦어도 은퇴 후에는 이러한 큰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집과 정원을 가꾸며 사는 꿈을 가지고 있다.


wim-van-t-einde-Ggv4OAQPwlo-unsplash.jpg 단독주택 예시 (출처=Unsplash Wim van 't Einde)



# 반단독주택: Doppelhälfte 도펠헬프테

도펠헬프테라고 부르는 반단독주택은 Doppel(더블)과 Hälfte(반절)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두 채의 주택 중 반절을 사용하는 형태다. 두 채의 주택은 서로 하나의 벽면 전체를 맞대고 있지만 각기 완전히 독립된 집이다. 건물 앞 부지가 넓으면 현관 앞에 작은 정원도 꾸밀 수 있다. 평면을 늘리기보다 위로 올리기 때문에 보통 2층 혹은 지하실까지 3층의 구조로 지어진다.


보통 도펠헬프테는 이웃과 붙어있고 같은 길에 줄지어 들어서기 때문에 이웃과의 교류는 아파트처럼 하면서 집은 단독주택처럼 방해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도시나 인기지역에는 주택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펠헬프테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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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펠헬프테 예시. 한 건물에 입구가 두 개다. (출처=neubaukompass.de, doerfert-immobilien.de)


# 아파트: Wohnung 보눙

우리나라 아파트에 준하는 독일의 주거형태가 바로 Wohnung(보눙)이다. 한 건물에 다가구가 거주하며 0층과 꼭대기층을 제외하고는 위, 아래층 그리고 구조에 따라 여러 벽을 이웃과 맞대고 있다. 외관으로 커다란 하우스 같아도 다가구가 거주하면 각 집은 보눙에 해당한다. 다만 독일 아파트는 한국 아파트에 비해 대체적으로 층수가 낮다. 펜트하우스 보눙이라고 해서 가보면 아무리 높아도 10층을 넘지 않는 게 다반사라 이름이 민망해질 때가 많다.


독일은 여타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꽤 오랜 기간 아파트를 'Betonbau(콘크리트 건축물)'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의 가장 큰 이유는 hässlich und grau(못생기고 칙칙) 하기 때문이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을 다니면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건물 덕분에 낭만적이고 예쁘다는 느낌이 드는데, 1950년대 이후로 우후죽순 지어지기 시작한 콘크리트 건물은 어떠한 조형미도 없이 네모반듯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독일인들 눈에는 그저 성냥갑처럼 보였을 법도 하다. 게다가 남의 집 소리는 잘 들리면서 이웃과의 교류는 없는 기괴한 익명성이 아파트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들어서는 독일의 다수 신축(Neubau) 주택들은 대부분 아파트 형태로 지어지고 있다. 건축기술이 발달하여 소음이나 각종 불편함이 감소되기도 했고, 아파트가 아니면 더 이상 주거인구를 수용할 수 없는 도시의 특징 때문에 이제 독일도 아파트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전처럼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외관적으로도 깔끔하고 럭셔리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함부르크의 Hafencity(하펜시티),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Europa-Allee(오이로파 알레), Riedberg(리드베르크), 프랑크푸르트 외곽 Neu-Isenburg(노이-이젠부르크), Langen(랑엔) 등의 지역에는 최신식 아파트가 동이나 단지 규모로 들어서고 있으며, 높이도 4~20층 이상으로 다양한 편이다. 독일인들도 점점 효율과 편리함이 좋은 아시아식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축 아파트를 찾는다면 'Neubauwohnung(신축아파트)' 매물을 보면 되는데, 아직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 분양의 경우 'Naubauwohnungprojekt(신축아파트 프로젝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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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형태로 들어서는 신축보눙 (출처=neubaukompass.de, heinze.de)




집의 형태를 정했다면, 다음은 '예산'이다.

아파트 역시 물건처럼 구매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본인의 예산을 초과하는 집을 구매해선 안 된다. 각자 유용할 수 있는 예산이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독일에서는 주택 매매가의 최소 20~30%를 자기 자본으로 충당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한다 (은행융자 70~80%). 즉, 아무리 대출이 나온다 할지라도 구매하려는 집 값의 30%를 당장 현금화하여 지불할 수 없다면 무리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매월 은행에 갚는 대출금은 이자를 포함하여 세후 월급의 1/3을 초과하지 않는 게 좋다. 싱글이라면 본인의 월급으로, 부부라면 두 사람의 세후월급을 합쳐 역으로 계산해 볼 수 있다.


예산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은 집의 '크기'다.

크기를 예산 다음으로 둔 이유는 집이 아무리 좋더라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면 그저 부담스럽고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을 정한 후, 그 안에서 최선의 크기와 구조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집이나 차의 크기는 적응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혼자 살아도, 같이 살아도 클수록 좋지만 끝없는 욕심은 화를 부르므로 적정선에서 자제해야 한다. 독일을 살펴보면 1인 가구는 50~60크바(제곱미터), 2인 가구는 60~80크바, 자녀가 있는 가정은 80크바 이상을 가장 일반적으로 추천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독일 아파트에 해당하는 '보눙'을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한국분들께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주거형태이고, 실제로 독일 내에서도 압도적으로 아시아 사람들이 보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우스나 도펠헬프테 매매도 집의 형태만 다를 뿐, 부동산 매매의 큰 틀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으니 참고하여 읽어주시기 바란다.



제목 사진출처: 사진: Unsplash Luke van Zyl

본문 사진출처: 자료에 직접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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