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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전해진 무관세 소포

한국에서 독일로 보내는 소포 관세의 모든 것

by 가을밤

독일생활 일상 최대의 기쁨은 '한국에서 부모님이나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한 날'이다. "독일에 아시아마트며 한인마트도 많은데, 뭐가 그렇게 필요해요?"라고 하시면 섭섭해서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내수용이랑 수출용은 맛도 다르고, 해외에 들어오지 않는 고품질 먹거리나 공산품은 여전히 국제택배로 받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기쁨을 제대로 못 누리게 하는 장애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관세'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20kg소포. 오자마자 홈런볼부터 순삭했다. (출처=직접촬영)



독일은 2020년 7월부터 EU 외에서 오는 물건의 무관세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오는 물건은 가치 1유로부터 모두 관세징수의 대상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쪼그라든 국내사정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 아주 머리를 잘 썼다. 당시 한국에서 독일로 오는 일반 국제소포도 금지하고, 가장 비싼 EMS(국제특급)만 보낼 수 있게 했는데 EMS는 관세에 단골로 걸린다. (현재는 일반소포도 보낼 수 있다).


이 관세는 정확히 계산하기 쉽지 않아서 한국 유학생 및 교민분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데, 여기서 속시원히(안타깝지만 100%는 아니다. 이유는 아래에) 정리해드린다.




# 관세의 기준

관세를 매기는 기준은 간단히 말해 "물건가치+한국에서 독일로 보내는 택배비"이다. 한국서 EMS를 발송할 때 송장에 HS코드(상품코드)와 가격을 쓰게 되어있다. 이 가격의 총액+택배비가 관세의 기준이 된다. 여기에 '비상업적 용도의 물건은 45유로까지 수입판매 및 부가가치세 대상에서 제외' 되므로, 최종 금액에서 45유로가 빠진다.


-실제 예시-

모든 가치는 유로화로 환산한다. 당시 적용된 환율은 1332,84원이었다. 독일세관에서 정확히 어떤 환율을 적용하는지는 모르겠다.


물건 값: 40.88 USD = 41.15유로

한국-독일 택배비: 181,300원 = 136.30유로

면제금액: 45유로

41.15 + 136.03 - 45 = 132.18유로

즉, 최종 관세부과 해당 금액은 132.18유로이다.


그럼 이제 내야 할 관세를 알아보자.

보통 수입부가가치세는 7% 혹은 19%인데, 총액이 45유로 이상 700유로 미만인 '선물'의 경우 EUst(유럽세법)을 적용하여 17.5%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일부 상품에 대해서 관세양허법을 적용, 15%로 낮춰주는 특혜를 준다. 그리고 내 소포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었다.


그럼 내야 할 관세는 132.18유로 x 15% = 19.82유로가 된다 (소수점 3번째 자리 반올림).

여기에 DHL이 세관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인도하는 서비스 수수료 6유로가 붙어 최종적으로 25,83유로를 납부했다.



SE-fd691df4-54ce-44b2-ab02-7d081cf574ff.jpg DHL에서 관세를 달라고 하며 내미는 영수증. 세부내용은 일단 돈 내고 받아야 볼 수 있다.



# 관세 납부 방법

안타깝지만 독일은 지금 같은 스마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관세도 친히 사람이 사람에게, 현금으로 지불한다. 소포를 세관에서 양도받은 DHL은 고객의 집으로 소포를 가져와서 종이 한 장을 내밀며 갑자기 "관세를 당장 현금으로 달라"라고 한다. 어이없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어떤 카드지불이나 송금도 불가하며, 심지어 거스름돈도 남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인지도 모르는 관세를 그 자리에서 1의 자리 센트까지 딱 맞춰서 현금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면 택배기사는 두 가지 옵션을 준다. 거스름돈을 팁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주거나, 내일 다시 올 테니 현금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관세 이상의 돈을 뜯긴 교민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미 서비스료 6유로가 붙은 금액인데 왜 팁을 더 주며, 왜 받는 사람이 팁을 정하는 것인가? 절대 따를 필요 없다. 급하지 않으니, 내일 다시 와서 돈 받고 소포 달라고 하면 된다.


# 온라인으로 내는 방법은 없나?

온라인으로 관세를 내는 방법도 있다. 단, '등록된 기업이 보낸 판매상품'에 한해서다. 즉, 한국 쇼핑몰에서 국제택배로 물건을 샀을 경우 온라인으로 관세를 납부할 수 있다. 메일로 안내를 받으면 페이팔, 카드결제, 송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이 선물 목적으로 보낸 소포는 해당이 없다. 오직 현금이다.




SE-07ec4633-cb36-40b5-99c9-78b1e9bea04a.jpg 택배에 붙어있는 관세 부과 설명서.



# 관세를 피할 수는 없을까

해당 소포가 '수입판매'에 해당이 안 되고, 물건가치가 45유로를 안 넘으면 관세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독일로 오는 택배는 서류 몇 장을 제외하면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택배비만 45유로가 넘기 때문에 무조건 관세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45유로 이하라도 면세를 받으려면 상품기준까지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커피는 500g, 향수는 50g을 넘으면 안 된다.


그 외에는 상당히 복잡한 세법이 적용되므로 보내는 분 혹은 받는 분이 관세가 중요하다면 미리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맘 편히 '15% 아니면 17.5%를 내겠구나' 생각하면 된다.


# 관세를 안내는 경우

위에 적은 내용에 해당되는데도 불구하고 관세를 안 내는 경우는 '100% 운'이다. 독일의 세관은 모든 소포를 검사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보다 확실히 과세 빈도가 높아진 건 맞지만, 여전히 어떤 소포는 안 걸리고, 어떤 소포는 걸린다. 그리고 걸린 소포 중에서도 어떤 건 심지어 '관세청으로 직접 찾으러 가야'한다. 이보다 더 운이 나쁘면 관세청 직원 앞에서 소포를 모두 뜯어 보여주며 설명해야 한다.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겪어봤다. 그리고 심지어 물건도 뺏겨봤다. 한국 약국에서 흔히 파는 종합감기약 1 통이었는데 약이 금지품목인 줄 몰랐던 것이다. 빼앗은 약은 세관에서 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하여 분석비+벌금을 고객에게 부과한다. 이때 거의 50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냈었다. 이렇게 한 번 걸리면 이름과 주소가 리스트업 되어서 다음 소포도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독일로 보내는 개인소포의 관세부과 및 검열은 말 그대로 '케바케'여서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글 서두에 '100% 속시원히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이유'다. 수취인 입장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이나 친구가 소중히 보내준 물건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미리 품목작성법을 정확히 알려주고, 관세를 위해 약간의 현금을 준비해 두는 것 뿐이다.


# 관세 폭탄 예방 품목작성 팁

- 제품의 가치는 최대한 낮게 적는다. 특히 옷은 포장과 택을 뜯어 중고(used)라고 표기한다.

- 화장품은 내용물을 독일어로 짤막하게 작성한다. 수분크림은 Feuchtigkeitscreme, 아이크림은 Augencreme 등 무슨 화장품인지 적으면 된다. 독어설명이 빠지면 반송될 수 있다.

- 온라인(우체국택배)으로 미리 송장을 작성하면 HS Code(품목코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품목은 최대 4개밖에 적지 못하므로 가장 중요한 4개만 적고, 더 첨부해야 하면 추가 용지를 활용한다.




이번에 받은 소포는 미리 마음과 지갑에 준비를 해두었는데 신통하게 무관세로 배송이 되었다. 노파심에 택배기사에게 몇 번이고 물어도 재차 낼 관세가 없다고 하여, 아주 기쁘게 부모님이 보내주신 사랑을 양껏 느낄 수 있었다.



제목,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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