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이것만은 한국산을 사수하라
해외생활 초창기에는 잘 모른다. 게다가 일상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나라라면 '이것까지 한국에서 가져가야 되나. 그냥 가서 사지 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독일에 오신다면, 그것도 장기거주라면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산"을 사수하시기 바란다. 국뽕 싹 빼고 찐 경험으로 적는 것이니 믿으셔도 좋다.
# 면 제품들
면 함량이 높은 면직물이나 순면 제품들. 특히 양말과 수건 그리고 수면양말까지, 한국산이 정말 좋다. 웬만하면 중국산 말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가져오시기 바란다. 독일 면직물이 나쁜 건 아닌데 특히 수건 같은 경우 면사나 물이 상당히 잘 빠지고, 무엇보다 비싸다. 독일에서 30유로 넘게 주고 브랜드 수건을 사도 우리나라에서 돌, 생일, 행사 때 공짜로 주는 수건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 내돈내산 독일 양말 중 땀흡수나 보온이 안되서 쓰레기통으로 보낸 게 몇 켤레인지 모른다. 한국에서 뭐든 다 있는 그곳에서 파는 1000원짜리 양말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려면 적어도 5유로(7000원) 이상 줘야 한다.
# 샤워커튼
샤워커튼도 독일보다 샤워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만든 게 더 좋다. 두툼하고, 방수 제대로 되고, 튼튼하고, 크기도 자로 잰 듯 딱 맞다. 독일 샤워커튼은 (중국산이 많긴 하지만) 두께도 얇거니와 방수항균이 된다고 쓰여있어도 곰팡이가 펴서 금방 버려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주방용품 중 나무제품
주방용품, 특히 냄비 그리고 칼류는 독일 브랜드가 유명하지만, 나무로 만든 제품은 확실히 한국이나 일본 생산이 좋다. 특히 플라스틱을 기피하는 분이라면 한국 나무 주방용품 꼭 공수할 만하다. 독일에서 은근히 하이퀄리티를 찾기가 어렵다. 어쩌다 아시아마트에서 발견해도, 가격이 불필요하게 비싸서 가성비가 떨어진다.
# 온수매트
온수매트는 이 시대 최고의 발명품이다. 전기세 비싼 독일에서 공과금도 아껴줘, 전자파도 안 나와, 따뜻하기까지 한 일석삼조의 겨울 필수템이다.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매일 밤마다 틀고 자도 전기세 초과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본체가 좀 무겁고 부피가 있지만 들고 올 때 딱 한 번만 고생하자. 독일생활의 퀄리티가 높아질 것이다.
# 화장품(특히 기초)
유럽에도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가 많다. 독일의 유세린, 니베아, 프랑스의 아벤느, 라로슈포제 등. 그러나 내 개인적인 사용경험은 이들 모두 한국 화장품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하고, 성분도 착하다. 한국 제조기준이 더 엄격하여 향료나 알레르기 가능 성분이 유럽 제품보다 확연히 적은 편이다.
# 여성 가방류
한국은 알아주는 패션의 나라다. 중저가 브랜드에서도 상당히 예쁘고 질 좋은 제품이 많다. 그러나 독일에서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 제품을 잘못사면 정말 못 들고 다닐 정도로 디자인부터 소재까지 총체적 난국이 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브랜드(명품은 아니지만 한국 중저가보단 비싼) 제품을 사야 할 때가 있다. 특히 30만 원 이하의 백이라면 종류 불문 한국에서 구매하는 게 훨씬 만족스러운 구매가 될 수 있을 뿐더러, 독일에서 유니크함을 뽐낼 수 있다.
# 한국어 키보드 자판
한국어 자판은 쿼티(QWERTY), 독일어 자판은 쿼츠(QWERTZ)다. 기본 배열도 조금씩 다르고 움라우트 철자가 있기 때문에 자판의 개수도 다르다. 독일에서는 한국어 자판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한국어 자판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따로 블루투스 자판만 구매해 오면 정말 유용하다. 나처럼 한글보다 독어를 칠 일이 더 많다면 이참에 독어자판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구할 수 없거나 품질이 별로라면 일상생활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품목이므로 가능하다면 전부 다! 독일로 챙겨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