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수제만두
우리 시어머니는 중국 분이시다. 왜냐하면 남편이 중국사람이니까(!).
중국인과 결혼하기 전엔, 그들이 만두(지아오즈라 불리는 교자, 빠오즈라 불리는 다소 두툼한 피의 만두)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 몰랐다. 아니, 상상만 했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실제로 정말 많이 먹는다. 자주 먹는 것은 아니지만 만두를 먹어야 하는 날엔 제대로 각 잡고 먹는다.
특히 우리의 설날인 춘절이 바로 그 '각 잡고 먹는 날'이다.
명절이면 한국 혹은 중국으로 부모님을 뵈러 가는데, 만약 설에 중국에 간다면 필히 배를 비우고 가야 한다. 춘절 전날 밤, 시어머니께서는 손수 만두를 빚으신다. 한국에서도 만두를 빚어먹긴 했지만, 웬만하면 피(皮)는 구매하고 소를 집에서 만드는 정도였지, 피부터 제대로 그것도 대량으로 만드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역사와 일상 깊이 만두가 들어와 있고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나라라는 걸 피부로 실감한다. 어머니께 손을 보태려 주방에 가면 어머니는 한 손으로 피를 무심한 듯 슥슥 밀고 재빠르게 소를 채우시며 도울 게 없다며 웃으신다. 정말이지 생활의 달인 같은 손놀림에 나는 好棒!(하오빵: 정말 멋져요)을 외쳤다.
그리고 몇 분 뒤, 엄청난 양의 만두가 릴레이로 나오기 시작한다. 새우만두, 돼지고기만두, 부추만두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무심한 듯 빚어낸 만두는 마치 새침데기 고양이 같다. '맛있는 거 알지?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라고 하는 것 같다. 희한하게 식당에서 먹는 건 아무리 맛있어도 물리는데 어머니께서 해주신 만두는 질리지가 않는다.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먹어도 맛이 좋다. 위장이 작은 나는 매번 다 먹지 못해 냉동이라도 해서 독일로 싸들고 오고 싶은 마음이다.
만두를 비롯하여 중국 동북지방의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대체로 잘 맞는 편이다. 중국 남부의 음식은 달고 양이 적은 반면, 동북부의 음식은 간이 세고, 맵고, 양이 많다. 남편과 중국 남부를 여행할 땐 자주 추가주문을 했는데, 남편 고향에 오면 장소를 불문하고 다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많다. 이렇게 간이 센 음식에 익숙한 남편은 상해에서 학교 다니고 일하던 시절 밋밋한 음식이 싫어서 그렇게 사천음식 맛집만 찾아다녔다고 한다.
내년에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의 손만두를 한가득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돈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