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밤 Nov 07. 2023

아니, 어쩌다 중국인을?

모두가 묻고 싶은 그것

내가 중국사람과 만난다고 했을 때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물었다. 


"어쩌다 중국인을 만났어?"


그 말속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며, 나는 부연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독일에서 어떤 경위로 중국인을 만났으며, 그 사람의 무엇에 끌렸는지, 언어도 그렇고 정치체제나 사상이 상당히 다른데 둘 사이에 대화는 되는지, 한국에 알려진 부정적/긍정적 면들은 사실인지, 한국 영화나 뉴스에서 범죄사건에 연루된 그런 이미지는 아닌지가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이전 일기글에서도 한 차례 언급한 적이 있듯, 나에게 이성을 사귀는 데 있어 국적보단 그저 내 마음과 나만의 기준이 훨씬 중요했다. 부지런한 사람, 미래에 대한 그림이 확실한 사람, 낭비하지 않는 사람, 발전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등 그저 내가 평소에 그려온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고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뿐이다. 여기에 중국이든 독일이든 한국이든 나라이름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은 아마 이 물음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나에게 적어도 한 번씩은 물어봤다. 


"중국과 한국 간의 분쟁, 혹은 국제적 문제에 대해 양국의 의견이 다른 주제들이 많은데, 서로 그런 문제는 어떻게 대화해?"



남편이 학창 시절을 보낸 상해. 동방명주 타워는 올라가 볼만한다. (출처=unsplash)


어려운 질문이지만 내 대답은 심플하다. 우리는 '각자의 의견은 존중하되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단 둘이 정치니 국제사회문제니 하는 주제로 대화를 하는 일이 많지 않다. 국제문제는 대의를 담당하시는 분들께 맡기고, 우리에겐 오늘 저녁에 뭘 먹고 주말에 뭐 할지가 더 중요한 주제다. 


물론 심각한 문제를 얘기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신장지역 독립운동에 대한 나와 남편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서로에게 관철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로워서 서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두 나라에서 자랐고, 언어도, 교육체제도 달랐다. 같은 나라에서 나고 자랐어도 다를 판에 국제결혼을 한 두 사람이 비슷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남편 의견이 A이고 내 의견이 B이면 A와 B 둘 다 존재하는 것이다. 남편의 오랜 친구 중 자신의 나라를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의견은 C이다. 세 사람의 의견은 A, B, C로 존재하는 것일 뿐 누가 이기고 지는 건 없다. 물론 잘못된 정보가 있다거나 근거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 셋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할 뿐이다. 의견이 다르다고 관계가 틀어진 적도 없다.


남편과 나 둘 다 해외생활이 길었기에 평생을 중국에서만,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았던 사람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해외생활은 그전까지 갖고 살던 상식이나 진리가 절대적이 아님을 깨닫고 끊임없이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니까. 어쩌면 우리 둘은 자라온 환경은 달라도 성인이 되어 겪은 독일이란 무대에 대한 경험은 같으니, 거기서 쌓아온 공통점들로 엮이며 작은 차이점들 따위는 이미 오래전 힘을 잃은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 본문 사진출처: unsplash


이전 06화 행복한 만두지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