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방하는 게 최고지만
요즘 한국 미디어에서는 사기꾼으로 인한 사건 때문에 연일 시끄럽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뻔한 수법에 당하냐'라고 하고 나 또한 그중 하나지만, 그건 제삼자라서 사기라고 판단 가능한 것이다.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말려들었으면 사기라는 걸 눈치챘을 땐 이미 늦은 거다.
독일도 사기가 있다. 심지어 꽤 많다. 세상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좀도둑부터 한탕 크게 하려는 사기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독일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좀도둑 비슷한 소액 사기꾼들이 상당수 늘어났다. 이 시기 온라인 쇼핑과 당근거래(독일당근은 '클라인안짜이겐'이다)가 늘며, 추적이 어려운 시스템의 허점과 신분증을 보여주면 신뢰하는 구매자의 심리를 노리는 수법이었다(이밖에도 매우 다양한 수법을 쓴다).
나도 독일당근에서 당했다. 1000유로였다. 사기인 줄 알았을 땐 이미 돈은 내 손을 떠난 뒤였다. 1000유로는 한화 140만 원으로 적은 돈이 아니기에 나는 곧장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 경찰에 신고
금전적 사기를 당하면 일단 경찰서에 달려가서 신고하여 사건접수 번호를 받는 게 좋다. 솔직히 경찰이 뭘 해줄 거라는, 특히 범인을 잡아줄 거란 기대는 하면 안 된다. 1000유로는 그들에게 소액사기에 불과하며 그런 푼돈을 받아줄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경찰에 신고하는 이유는 '사건번호를 받기 위해서'이다.
# 은행이나 플랫폼에 문의
만약 은행을 통해 송금을 했다면 해당 은행에, 페이팔 같은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고객센터에 혹시 송금을 취소할 순 없는지 문의한다. 그러나 이 또한 큰 기대는 할 수 없다. 일단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보냈다면 그건 개인의 의지로 한 것이기에 은행도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고 한다. 또한 독일은 계좌번호(IBAN넘버)와 수취인명이 달라도 돈이 간다. 즉, 예금주가 누구든 계좌번호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정보 불일치로 돈이 돌아올 확률도 희박하다. 이걸 이용하는 꾼들이 정말 많다.
# 변호사 상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지만 긴 싸움을 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모든 사건의 정황 및 증거, 그리고 경찰 신고번호를 가지고 변호사를 통해 고소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변호사 보험이 있었기에 (독일 살면 필수다) 총비용 30만 원 남짓으로 고소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번 갈 때마다 몇 십만 원이 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변호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경찰, 관청 등 모든 기관이 협조한다.
당시 1000유로 사기에 관한 사건접수를 하니, 변호사는 나에게 이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어제 온 고객은 독일당근에서 무려 13000유로(1800만 원)의 사기를 당했는데, 그 사람에 비하면 너는 별 일 아니니 화내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사기금액의 액수를 떠나 당사자가 느끼기에 큰 금액이라면, 아무리 변호사라도 타인과 비교하여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어쨌든 그만큼 사기가 매우 흔하다는 뜻이겠지. 나는 그를 통해 고소를 진행했고, 약 6개월에 걸쳐 범인을 찾았다. 그는 독일인의 신분증을 도용한 터키계 남성이었다. 신분증을 도용당한 독일인도 변호사를 고용하여 고소를 진행했다고 한다. 신분과 그의 주소지까지 특정되었고, 그에게는 법원 출두명령과 나에게 1000유로를 지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걸 낼 거였으면 처음부터 사기 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가 처음도 아니었을 거다. 결국 그는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어차피 독일 범죄이력에 빨간줄 그어졌으니 출국도, 구직도, 비자취득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 외국인들이 잘 당하는 게 '월세사기'인데, 본인이 해외에 거주 중이라고 하며 보증금이나 월세 선납을 요구하는 경우다(둘 다 선납하는 건 맞지만 계약서도 쓰기전에 재촉하면 사기다). 어떠한 방법이든 '보통이랑 다른 게 있다면' 무조건 의심하고 봐야 한다. 돈을 잃기는 쉬워도 되찾기는 정말 어렵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