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는 두 번 출근한다

by 하띠

아침 7시, 기상 알람을 맞춰 놓긴 했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따뜻한 이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겨울 아침이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아직 자고 있는 아이의 이마를 한번 짚어보고 난 후 걷어 차낸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침대에서 미끄러지 듯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첫 번째 출근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침실과 거실의 가습기를 확인한다.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가습기에 물을 다시 가득 채워 넣는다. 요즘 우리 집은 습도와의 전쟁 중이다. 겨울 내내 각 방마다 가습기를 틀어 놓고 지내긴 하지만 아이의 코에서 흘러내리는 빨간 피를 보고 난 후 습도에 더욱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연다. 방울토마토를 꺼내고, 통곡물 빵과 직접 만든 구운 계란을 식판에 담는다. 오늘 아침 메뉴는 나름대로 영양소의 균형을 갖췄다며 안도한다. 아침 식사를 식탁에 세팅해 두고 세탁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말 동안 세탁기와 건조기가 쉬지 않고 돌아갔는데 아직도 해야 할 빨래가 남아 있다니. 세탁기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세탁실에 있는데 엄마의 부재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잠이 덜 깬 아이와 침대에 다시 눕는다.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이마에 뽀뽀를 한다. 엄마의 온기를 느끼고 나서야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지난밤 꿈 속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아이는 아침밥을 먹고 나더니 두께가 10센티는 될 법한 백과사전식 해리포터 책을 펼친다. 주인공들이 나와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이름 맞추기 놀이를 하자며 잡아끈다. 마음이 급해져 주인공들의 이름을 재빠르게 읊어준 후 옷을 고르라고 말한다. 더 이상은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간다.


등원 준비 중 가장 긴장되는 시간, 드레스 고르기. 아이는 무도회에 참가하는 공주님의 마음으로 한벌 한벌 신중히 스캔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입을 삐죽거리기 시작한다. 순간 언성이 높아지려 했지만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고 제일 좋아하는 핑크색 드레스로 합의를 본다.


집을 나서기까지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횟수는 많아지고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서야 해방감과 동시에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카페인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책상 위엔 부재중 전화 알림 메모로 노란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커피를 한 잔 마시려는 찰나, 문자가 한 통 왔다. 지난번에 보내준 김장 김치는 다 먹었냐는 어머니의 안부 인사. 어머니는 늘 한결같다. 자식이 ‘잘 먹고 ‘ 지내는지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아직 잠든 새벽 3시, 아버지는 작은 어선의 키를 잡고 매일 묵호항의 바다를 밝히신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이른 아침 자식들의 아침 밥상을 챙긴 뒤, 뱃머리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매일 두 번의 출근을 하고 있는 요즘, 그 당시 어머니도 얼마나 고단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뱃머리를 보러 가기 전 어머니는 김치콩나물죽을 종종 아침상에 올리셨다. 생김새만 보면 ‘이게 뭐야 이상해’ 란 말이 절로 나왔지만, 한 번만 먹어보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한 술 떴을 때의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양에 닭고기 수프가 있다면 내겐 김치콩나물죽이 있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면 어머니의 뜨끈한 김치콩나물죽이 몹시 그리워진다. 오늘은 아쉬운 대로 김치콩나물죽 대신 쌉싸름한 커피를 들이켜 본다. 비로소 나의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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