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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언니 Feb 19. 2019

직업으로서의 백수

나는 백수로 산다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글인가요?"



백수로써 퇴사 후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쓰려고 해요.  



"그러니까... 실업자, 무직자, 패배자, 사회 부적응자, 루저, 게으름뱅이, 식충이, 낙오자, 방랑자, 부랑자, 파렴치한, 기생충, 놈팡이, 태만자, 건달, 상거지, 비렁뱅이, 늘보, 좀비,..... 뭐 이런 사람들에 대해 쓴다는 건가요?"    



맙소사. 백수에 대해서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백수란 일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본이 자유인이에요. 백수도 당연히 일을 합니다. 다만, 일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으려 노력하며 과도한 자본주의와 소비에서 벗어나 단순한 생활을 하고 느린 속도로 살면서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요. 스스로 노동을 줄이고 그에 따라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풍요롭고 창조적으로 채우며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죠.



"글쎄요, 언듯 좋게 들리지만 사실은 그저 놀고먹겠다는 거 아닌가요?"



음. 백수라는 말을, 더 정확하게는 백수의 '의미'를 재정립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백수란 무엇인가?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면 백수란 또 다른 삶의 방식이자 고도의 전문직으로 매일매일 꾸준히 갈고닦아야 하는 수련 같은 일임을 아시게 될 거예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극한 직업이죠. 한마디로 지금까지 이런 직업은 없었다. 이것은 예술인가 기술인가. 일인가 생활인가.  



"무슨 고양이 줄넘기하는 소리예요? 아무튼, 논다. 이거죠? 걱정은 되지만 쫌 부럽네요."



황금빛이 카페의 나무 테이블 끝에 걸려있다. 마지막 커피 한 모금까지 아낌없이 마시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후 5시. 카페 문을 나서며 퇴근 시간의 4호선을 떠올린다. 출퇴근 지옥철을 타지 않으려고 모험을 감수했는데 굳이 복잡한 시간에 지하철을 탈 필요는 없지. 시간도 있겠다, 날씨도 좋겠다, 차비도 아낄 겸 오늘은 집까지 걸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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