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관한 소신
우리나라는 옆집 엄마 또는 친구의 엄마가 제일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를 그냥 보면 너무 이쁜 내 새끼인데
엄마들 모임에 가서 누구 성적 몇 등이라더라 얘기만 들으면 내 아이가 갑자기 못나 보인다.
그럼 '왜 얘는 공부 안 할까?' '왜 책을 안 보고 핸드폰을 보고 있을까? '
사소한 행동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다.
'왜 공부 안 하냐고' 차마 잔소리하는 엄마는 못 나 보이고 대신' 방이 이게 뭐냐고? '아이에게 결국 감정을 쏟아 놓고 만다.
모든 나쁜 마음의 원천이 남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비교만 안 하면 아이와 엄마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하지만 진리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다른 친구 또는 엄마 친구 딸 아들과 비교를 많이 해서
아니면 내가 자격지심이 많아서 남과 비교당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내 자식에게 남과의 비교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왜냐면 비교를 하는 순간
아이가 그 비교 대상을 본보기로 '나도 노력을 해야겠다'라거나 엄마가 남과 비교하며 원했던 비교 대상의 근처에라도 가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을 들으면 아이 내면에 있던 평온하고 착한 마음이 달아나고 대신 '엄마 말대로 해주질 않겠어'라는 반항심이 비뚤어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것이 축적되면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일지는 안 봐도 뻔하다.
아이와 한 팀이 되어야 앞으로 나아갈 텐데 아이와 대립하면 서로 관계만 나빠지고
팀이 무너지는 아주 비효율적인 상태가 된다.
나의 그런 유년 시절의 배경으로 나는 아이들에게 비교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아이들과 대화 중에 다른 아이의 이름을 우연히 거론돼도
아이들은 나를 빤히 보며
"엄마! 방금 설마 나와 00랑 비교한 거예요? 오 마이 갓...”
이렇게 말하며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사교육에 관한 소신
초등기가 되면 서서히 사교육에 관한 엄마의 노선을 결정해야 할 때가 온다.
완전히 사교육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순간도 있다.
아이가 공부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사교육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나의 경우 사교육을 이것저것 시킬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제 "사교육 없는 세상"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완전히 사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큰 아이 초등 저학년 때 피아노 태권도 등 예체능 학원에 보냈다.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시작한 피아노 학원이 다닌 학원 전부다.
사교육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초등학생이면 한창 뛰어놀고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더 큰데
얼마나 더 큰 효용과 아웃풋을 가져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내 소중한 자본을 갖다 바칠 수 없었다.
주변의 엄마들과 이런저런 사교육에 관한 얘기를 하면 사고력 수학이다 코딩이다 이것저것 당장에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들 따라 덩달아 학원에 상담이라도 가면 아이에 대한 학원 원장의 개인적인 진단으로 주관적인 처방을 내리는 상담을 시작한다.
엄마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당장에라도 학원을 등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명이 그 자리에서 등록이라도 하고 학원 원장이 몇 자리가 안 남았다 담 달에는 원비를 올릴 것이다라고 승부수를 던지면 정말 불안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는 학원 원장보다는 엄마가 더 잘 안다.
아이 어려서부터 엄마가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관찰하면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아이가 인내력이 있는지 꾸준한 타입인지 아닌지
아이가 주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이가 화가 나거나 불만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지
아이가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
아이가 어떤 때에 가장 행복해하는지
기분이 좋으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 아이의 기질을 분명 파악할 수 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학교 1~2학년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결론은 우리 집 자본의 부족이 사교육에 관한 나의 강력한 소신으로 발휘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퀄리티 있는 여행, 수준 높은 문화 공연과 양질의 책 구입에는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에서 아낌없이 투자했다.
나의 투자원칙은 내면의 가치를 높이는 경험과 오감의 만족이다.
나는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INTJ 형의 엄마이고
잃어버리지 않고 도둑맞지 않을 확실성, 가치를 보고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타입을 가진 장기투자가이다.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엄마가 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에 대한 실패, 그 실패가 꼭 물질적인 손해만을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즉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산 운용사 대표 존 리가 부모들은 사교육에 돈 쓰지 말고 주식을 사서 노후를 대비하라는 말을 했다.
주식은 나는 잘 모르겠고 엄마들은 자신의 투자 타입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그의 얘기를 그냥 흘려들을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