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4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의 가슴이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사랑도 모르고, 이별도 모르고,
서러움과 미움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 따위 같은 것까지도 몰랐으면.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봄이 찾아온 것처럼
그리움은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준비하고 있던 것이 아니기에 불청객이다.
하긴, 준비하고 맞이하는 그리움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술잔 속에서는 유치하게도 엉뚱한 사람만 맴돌았다.
쪽팔리게 이게 뭐야?
몇 번이나 보았다고.
당신에 대해 뭘 안다고.
이제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그게 자랑이었다.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태풍이 지나간 뒤의 바다처럼 언제나 평온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것처럼 축복이 또 어디 있을까.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고,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20대의 어설픈 사랑과
30대의 불같은 사랑.
그만하면 사랑은 충분했다.
끊었던 소주를 다시 마시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에게 전화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
아는 척이나 말든지, 왜 날 보고 웃어 갖고는.
계절이 그런 것처럼 그리움도 말없이 떠나가겠지.
그리고 오해하지 말기를.
술에 취해 행여 당신에게 전화를 한다 해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닐 거야.
그러니 나의 전화를 받거든 아무것도 묻지 말고 위로나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