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7
집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여 전.
밖에서도 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았다.
이유는 하나.
향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피의 향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달콤? 고소? 시큼?
커피의 맛은 다양하지만 향은 비교적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달콤하다거나 고소하다거나 시큼하다는 표현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만 생가하면 향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그리 많지 않다.
향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나지 못하던 나에게 색다른 재미가 생겼다.
커피를 마셔야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재미.
바로 드립 커피를 마시는 거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아니라면
난 분명 여전히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게다.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더 즐겁다.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향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나지 못했다.
더욱이 커피는 기호식품에 불과 하기에
커피를 두고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가치들을 부과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커피를 내리는 과장이 예민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의식처럼 여기고 싶지도 않고
지나치게 신중해서 결국 구속되고 싶지도 않다.
만약 향보다 맛있는 커피를 발견하거나
뒤늦게 입에서 즐기는 맛이 향보다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커피를 지금보다 백만 배는 더 좋아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