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움직임의 힘.
지난 3월 13일 이후로 바깥출입이 제한된 상태로 계속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코로나로 자택 근무하니,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 했죠. 강제적인 격리 상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그 와중에 타국 생활을 급박하게 정리하고 고국으로 들어와 또다시 자가격리 상태가 되었네요.
아직 1주일 더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육체적인 불편함보다는 정신적인 불편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사무실에 근무할 때에도 12시간 이상씩 앉아 일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출퇴근 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혹은 회사로 향하는 짧은 시간이 12시간의 실내생활을 견디게 해 주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의 저자 벨라 마키는 여러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죠. 저는 '자전거'라는 탈출구를 통해 반복되는 삶에서 작은 변화를 느끼며, 작은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할 수 없네요.
첫 번째로 조심해야 할 것은 타인과 접촉을 끊는 것입니다.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정말 완벽할 정도로 자가 격리하여 가족 및 주변인들에게 어떠한 접촉 없이 2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자가격리 그게 뭐 대단한가?
예를 들어봅시다. 1인 가구가 아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 오직 격리자 만을 위해서 모든 공간을 분리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침실, 화장실, 식사 공간까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같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1인 가구의 경우 조금 더 수월할 순 있겠죠.)
두 번째는 정신적인 피로감.
집에서 할게 얼마나 많은데, 심심하지 않겠다!?
물론 콘텐츠의 바다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넷플릭스 외 콘텐츠 사업은 건재한 것 보면 사람들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네요.
정작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시간 때우기'가 아닙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루라도 거르면 불안과 짜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동을 3일간 못 하면 우울 증사이 나타나고, 1주일간 못 하면 심각한 기분 장애와 불면증이 나타 날 수 있다. - 움직임의 힘
3주간 집안에 박혀서 자가격리 및 자택 근무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이전과 다른 우울감과 짜증을 빈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낮과 밤이 바뀐 근무시간 덕분에 수면의 질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지도 않는데, 컨디션은 계속 다운되고, 피곤하면 생기던 입병과의 전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업무 효율까지 떨어지고 있으니, 집안이 제일 안전하다는 믿음은 자가격리 3주 차에 접어들며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한국은 아직 야외활동을 제한하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곧 이 고립은 끝이 난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약 4주간의 격리로 종료가 될지, 아니면 더 긴 시간 동안 또 격리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걸 제쳐 두고라도 이 시기에 몸으로 배우고 있는 한 가지는
"우리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육체적 건강만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
혼자 결심하고 시작한 활동은 금세 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활동이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단체로 모이는 운동은 당분간 자제해야겠죠.
대체 방안이 있다면, 온라인 모임을 이용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여러 어플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함께 뛸 수 있는 세상입니다. (때론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도 하죠...) 즈위프트 혹은 다른 어플들로 온라인상에서 기록을 경쟁할 수도 있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는 지금, 잠깐이라도 집 밖에서의 활동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격리 상태인 저는 창밖의 햇빛이 이렇게 간절했던 적은 없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