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워홀 일기] 0. Prologue
한국에 들어온 지 꼭 한 달이 되었다. 문득 프랑스에서 마주친 풍경들이 영화의 스틸컷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에서 프랑스는 잊힌 지 오래다. 다시 한국에 발을 디딘 첫 순간 깨달았다. 나는 변함없는 한국인이며 7개월의 워홀은 내 존재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을. 인천공항의 모든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잰걸음으로 걷다 어깨를 부딪치곤 도리어 눈을 흘기는 아저씨, 열을 재고 곳곳을 소독하느라 동원된 어린 군인들, 방역복을 입고 마치 컨테이너벨트 위 제품을 넘기듯 승객들을 검사하는 공무원들. 적응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은 일련의 체계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 적이 있었나 싶다. 내가 프랑스에서 살다 온 적이 있었나, 리옹에서 초밥을 나르던 적이 있었나, 농장에서 씨앗을 심던 적이 있었나. 찰나의 기억들은 여전히 생생하지만 7개월이라는 시간은 꼼꼼히 기억하기 어려운 긴 꿈 같다.
기억할 수 없다면 기록해야 한다. 모든 순간은 기록하는 순간 빛나게 된다고 믿는다. 메모장에, 일기장에, 노트북에 흩뜨려진 나의 기억들을 모아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이미 희미해져 가는 소중한 기억들이 완전히 바래기 전에.